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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정재윤]태권도 종주국 위상 어디로

입력 | 2006-04-22 03:03:00


제17회 아시아태권도선수권대회가 열린 21일 태국 방콕 후아막 경기장.

한 여자 선수가 나오니 어린이 팬들이 “농위우, 농위우” 하며 함성을 지른다. 모두 행복한 표정이다.

농위우는 ‘여동생 위우’라는 뜻.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여자 49kg급에서 동메달을 딴 ‘국민 여동생’ 부라뽈차이 야오와빠(22)의 애칭이다. 태국 태권도 역사상 첫 국제대회 메달이었다.

깜직한 외모의 부라뽈차이가 메달을 따면서 태권도의 인기는 수직 상승했다. 부라뽈차이는 음료 광고에 출연했고 그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책까지 나왔다.

영문학을 전공하는 대학 신입생인 부라뽈차이는 “태권도 때문에 한국을 좋아하게 됐다. 한국어도 배우고 있다”고 떠듬떠듬 한국어로 말했다.

태국스포츠협회가 2005년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태권도는 태국이 종주국인 무아이타이를 제치고 축구, 테니스에 이어 세 번째로 인기 있는 스포츠다. 태권도 인구는 15만 명. 2004년 6월의 7만 명에서 배 이상 뛰었다. 전국에 도장이 6000개가 넘고 백화점 문화센터에서도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종주국인 우리는 어떤가.

세계태권도연맹(WTF) 심판부 간부 유모(34) 씨는 11일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국제심판 자격증을 남발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 사건이 공개되기 바로 직전인 7일 WTF는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WTF를 방문해 태권도의 개혁 프로그램과 발전에 찬사를 보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경찰은 태권도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해 이달 초에 열린 국가올림픽위원회총연합회(ANOC) 총회와 국제경기단체 연합행사인 스포트어코드가 끝날 때까지 사건 발표를 미룬 것이다.

아시아태권도연맹 이대순 회장은 “WTF는 세계 기구로 성장했지만 구조적으로는 세계적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태권도는 지난해 IOC 총회에서 가까스로 정식 종목으로 잔류하는 수모를 당했다. 불미스러운 일이 계속된다면 올림픽 종목 탈락은 자명하다. 태권도가 종주국의 잘못으로 몰락하는 스포츠가 돼서는 안 된다. 태권도는 이제 한국의 독점물이 아니라 세계인이 사랑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방콕에서

정재윤 스포츠레저부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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