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독도주변 기동훈련해양경찰청은 20일 일본의 수로 측량선이 한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진입할 경우에 대비해 독도 주변 해역에 20여 척의 경비함정을 배치하고 수시로 기동훈련을 실시했다. 사진 제공 해양경찰청
《‘동해사태’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원만하게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한일 정부 간 협상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미국도 과거 한일 논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자세에서 벗어나 중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방한 교섭=야치 차관의 21일 방한과 관련해 양국 실무자들은 밤늦게까지 물밑 교섭을 벌였다.
일본 측이 외무성의 직업 외교관으로서는 최고위인 야치 차관을 한국에 파견하는 것은 이번 사태가 그간 한일 간의 역사교과서 문제나 ‘독도의 날’ 선포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사태의 긴박성을 감안할 때 대사관을 통한 더딘 접촉보다 고위 책임자 간 직접 담판이 적합하다고 보았다는 얘기다.
일본 측은 나름대로 협상의 여지를 발견한 것 같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이 20일 오시마 쇼타로(大島正太郞) 주한 일본 대사를 불러 국제수로기구(IHO) 해저지명소위원회에 독도 부근 수역 해저의 한국 명칭 신청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대목에서다.
일본 측의 방향 전환도 이 즈음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이 이날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에서 “평화적으로 해결되도록 외교경로를 통해 교섭하고 있다”고 말해 시동을 걸었다. 이번 사태를 지휘한 것으로 지목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도 “원만한 해결을 위해 비공식 접촉을 하고 있다”고 거듭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야치 차관의 방한에 대해 수로 측량 강행을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비관적인 분석도 있다.
일본 외무성 안팎에서 야치 차관이 새로운 협상카드를 갖고 방한하는 것은 아니란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한국 정부가 ‘외교적 교섭 중에는 수로 측량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야치 차관 방한의 전제조건으로 일본에 요구한 것은 이 같은 일본의 의도를 경계하려는 뜻에서다. 속 보이는 대화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일단 일본 정부가 한 발 물러서서 야치 차관의 방한이 성사된 만큼 양국은 일단 격앙된 감정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문제를 풀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는 점에서 동해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방한 자체만으로도 외교적 타결을 낙관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중재 노력=독도, 역사교과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문제에 이어 ‘동해사태’가 발생해 한일 간 긴장이 격화되자 미국은 그간 ‘불개입’ 기조에서 ‘적극적 물밑 중재’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게 도쿄 외교소식통과 미 행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미국의 중재 노력은 서울과 도쿄에서 동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쿄 외교소식통은 20일 “야치 차관과 미 국무부 고위 인사가 최근 만나 동아시아 역사 및 독도 문제에 관한 협의 채널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유명환(柳明桓) 외교통상부 제1차관과 오시마 대사를 상대로 중재 노력을 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동맹국인 일본과는 미래의 전략을 논의할 뿐, 과거의 도덕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을 두고 논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천명해 왔다. 지난해 말까지 5년간 백악관에서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 소장도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원칙을 확인했다.
그러나 미일 양국은 ‘동해사태’가 한일 간 전면전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자 동북아 안보협의 차원에서 ‘과거사 협의 채널’을 구축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협의 채널 구축 사실 자체를 철저하게 비공개에 부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日 외무차관 오늘 방한
일본의 독도 인근 한국 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의 수로 측량 계획으로 야기된 한일 간 긴장 고조와 관련해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사진)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21일 한국을 방문한다.
야치 차관은 이틀간 서울에 머물면서 유명환(柳明桓) 외교통상부 제1차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할 전망이다.
양국 모두 이번 사태가 동해상에서의 물리적 충돌로 이어져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을 원치 않고 있어 한일 간 고위급 대화의 결과가 주목된다.
야치 차관의 방한은 ‘양국이 외교적 협의를 계속하는 기간에는 일본이 수로 측량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방한 조건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이번 사태는 일단 조정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당초 20일 시작하기로 했던 수로 측량 계획을 일단 보류했다.
정부 관계자는 20일 “야치 차관은 독도 주변 수역의 한국식 해저지명을 국제수로기구(IHO) 해저지명소위원회에 상정하려는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외교소식통은 야치 차관이 이번 방한에서 한국에 대해 ‘새로운 제안’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새로운 제안은 한국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이 이날 일본의 수로 측량 계획 철회를 전제로 한국이 6월 IHO에 독도 주변 해저지형의 한국식 지명을 상정하려는 방침을 다소 연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한 응답으로, 한국과 일본이 피차 체면을 살리면서 동시에 양보할 수 있는 타이밍을 제안하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