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5개 구 가운데 노원구의 출산율이 가장 높고 강남구와 종로구의 출산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원구가 상대적으로 집값이 싸고 아파트가 밀집한 반면 강남구는 집값이 비싸고 종로구는 아파트가 적은 주택 여건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적절한 돈으로 아이를 낳아 키우기 유리한 주거환경을 확보한 지역의 출산율이 높다는 것이다. 본보는 서울대 인구학교실 조영태(曺永台) 교수팀과 공동으로 서울의 2004년 구별 합계 출산율과 주택가격 및 종류의 상관관계를 ‘컴퓨터 활용 보도(CAR) 기법’으로 분석했다. 서울의 구별 출산율을 산정해 주거환경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노원구 1.19명, 강남구 0.78명
구별 합계출산율은 노원구가 1.19명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구로구(1.14) 영등포구(1.09)가 2, 3위. 서울 전체 합계출산율은 1.00이었다.
노원구는 아파트 평당 매매가가 670만 원(2006년 1월 2일 기준)으로 도봉구(662만 원)에 이어 가장 싸다. 전세금도 평당 387만 원으로 낮아 1억 원 이하로 24평형 아파트를 구할 수 있다. 또 주택 가운데 아파트 비율이 86.75%로 서울에서 가장 높다.
합계출산율이 높은 구로구와 영등포구도 집값이나 전세금이 싸고 아파트 비중이 50%를 넘는 지역이다.
반면 강남구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서울에서 가장 낮았다. 서울 평균보다 0.22명, 노원구보다는 0.41명이나 적다.
강남구는 아파트의 비율이 74.79%로 높다. 하지만 주택의 평당 매매가가 2581만 원, 전세금은 평당 742만 원으로 서울에서 가장 높다. 역시 합계출산율이 낮은 서초구(0.90)도 강남구에 이어 집값이 비싸다.
출산율이 두 번째로 낮은 종로구(0.83)는 집값은 비교적 싸지만 아파트 비중이 21.20%로 가장 낮았다.
조 교수는 “합계출산율이 높은 것은 자녀를 많이 낳는 성향의 사람들이 그 지역에 많이 산다는 뜻”이라며 “실제로 한 가정의 자녀가 몇 명인지와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04년 현재 1.16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합계출산율:
해당 지역에 사는 가임여성(15∼49세) 1명이 현재 추세대로 아이를 낳을 경우 평생 몇 명을 출산하는지를 보여 주는 지수. 가임여성이 그 지역에 많이 사느냐, 적게 사느냐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그 지역 사람들의 출산 성향이 강한지 아닌지를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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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방식 차이도 출산율 격차에 영향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인구학 및 부동산문제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집 장만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주택문제가 출산율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풀이했다.
아파트가 밀집해 있어 보육환경이 좋고 집값이 적절한 지역에 사는 사람이 자녀를 많이 낳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소득 수준에 따른 생활방식 차이도 출산율 격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충남대 전광희(全廣熙·인구학) 교수는 “서울 강남지역의 가임여성들은 경제적 여유가 많고 전문직 종사자의 비중이 높아 만혼(晩婚), 미혼(未婚) 경향이 강하다는 점도 출산율이 낮은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출산율과 주택문제의 상관관계를 고려할 때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주택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張成洙) 연구실장은 “현재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아이가 태어난 뒤 보육을 지원해 주는 쪽에 집중돼 있다”면서 “아이를 많이 낳는 가구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면 출산율을 높이는 데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