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예보, 단국대 관련 부실채권 처리 미스터리

입력 | 2006-03-29 03:04:00

856억 원가량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단국대 관련 부실채권을 공개 매각하지 않는 바람에 채권의 시효 소멸을 초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 중구 다동 예금보험공사. 신원건 기자


“공매 입찰조건 까다로워 두번 유찰”

당사자 간 분쟁으로 10년 넘게 끌어 온 서울 용산구 한남동 단국대 터 개발 사업의 불똥이 예금보험공사와 현역 국회의원에게까지 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사자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단국대 사업과 관련된 856억 원의 채권 처리 과정을 둘러싼 의혹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상대업체에서 자문료?=서울중앙지검 김영철(金永哲) 1차장은 여당 K 의원이 2003년 단국대 터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던 S시행사 대표에게서 ‘자문료’를 받은 게 적정했는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K 의원은 당시 단국대의 법률자문역을 맡고 있었다. 그런데 단국대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대업체인 S시행사의 법률자문에 응하고 그 대가로 ‘자문료’를 받았다는 것.

검찰 관계자는 “이해가 충돌하는 업체를 위해 일하고 자문료를 받은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돈을 준 데는 그만한 대가 관계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은 다만 이 의원이 의원 신분으로 예보의 단국대 채권 처리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예보의 단국대 부실채권 인수=단국대 터 개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정난을 겪던 단국대는 1993년 서울 캠퍼스를 경기 용인시로 옮기고 한남동 터에 아파트를 건설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단국대는 1996년 6월 세경진흥 한국부동산신탁 등과 토지매매 및 부동산처분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세경진흥 측은 개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한종금에 어음을 맡기고 856억 원을 대출 받았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세경진흥에 이어 신한종금도 파산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신한종금은 1998년 10월 파산해 지금까지 2조 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예보가 파산관리를 맡았다.

▽예보 해명과 의혹=예보 측은 신한종금이 갖고 있는 대출채권의 공개매각을 ‘고의’로 중단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2001년 10월과 2004년 2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이 채권을 공매하려 했으나 아무도 입찰에 응하지 않아 불발에 그쳤다는 것.

이를 두고 일부에선 예보 측이 입찰 조건을 너무 까다롭게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당시 채권 매각 공고에는 ‘낙찰자를 바꿀 수 없고 전매 행위도 금지한다’는 조건이 들어 있었다. 실제로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아니면 채권을 인수할 수 없게 한 것이다.

예보는 “매각 조건에 전매 금지 단서를 넣은 것은 채권을 인수한 뒤 전매해 차익을 남기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검찰이 채권의 시효가 끝났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예보 측은 “신한종금의 대출채권은 유효기간과 관련한 2003년 11월 법원 판결로 시효가 10년 연장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세경진흥이 단국대에 대해 갖고 있는 ‘원채권’의 시효가 이미 소멸됐기 때문에 예보 측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에선 세경진흥이 이미 파산해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마당에 채권을 공매하는 게 의미가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 단국대 개발 첫 사업자 김선용씨

단국대 터 개발사업이 10년 넘게 표류한 데는 세경진흥 전 대표 김선용(51·구속기소·사진) 씨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씨는 수천 억 원짜리 사업을 하면서 자신의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았다”며 “어음의 만기가 닥치면 원금에 이자까지 합쳐 다시 어음을 할인받아 이를 갚는 수법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소규모 철거업체를 운영하던 김 씨가 본격적인 ‘시행업자’로 나선 것은 경기 부천시 소사구 범박동 재개발 사업에 뛰어들면서부터. 김 씨는 이후 2002년 대통령선거전이 치열할 때 기자회견을 통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부인 한인옥(韓仁玉) 씨가 범박동 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기양건설에서 10억 원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김 씨의 폭로 내용은 민주당 측의 공격 소재로 활용됐다.

그러나 김 씨의 폭로는 허위로 판명됐다. 그는 이 사건과 관련해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04년 3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 지난해 2월 가석방됐다.

2002년 6월 김 씨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 등이 당시 단국대 터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던 포스코건설에서 20억 원을 받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당시 수사에 나섰으나 권 전 고문 등에 관한 혐의는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검찰은 김 씨의 무고 혐의에 대한 판단을 보류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17일 김 씨를 무고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김 씨는 최근 검찰에 체포된 뒤 “특수부도 아니고 형사부에서 나를 체포한 거냐”며 큰소리를 쳤다고 한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