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표절이다.”, “모티브만 따온 것뿐이다.” 최근 가요계의 최대 이슈는 ‘이효리 표절 논란’이다. 이효리의 2집 타이틀 곡 ‘겟차(Get'ya)’가 미국 여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히트곡 ‘두 섬싱’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누리꾼들로부터 제기된 뒤 ‘두 섬싱’의 원작자는 23일 “많은 부분 비슷하고 표절로 의심되는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이효리는 내달 둘째 주까지 방송 활동을 중단한 채 후속곡 안무 연습에 들어갔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원작자가 표절인지 아닌지 명확한 견해를 밝히지 않아 의혹만 증폭되고 있는 것. ‘겟차’의 작곡가 김도현 씨는 “모티브만 따왔을 뿐 표절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어사전에서 ‘표절(剽竊)’을 찾아보면 ‘표절 가요’, ‘노래를 표절하다’ 같은 예문이 나오고 “외국곡을 베끼지 않고는 히트할 수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표절은 한국 대중음악계의 고질이 됐다. 그러나 문제는 표절과 ‘모티브 차용’의 경계 구분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표절 시비는 있되 ‘표절 판정곡’이 없는 시대, 과연 표절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 가요 표절 심의기구가 없다
‘표절 시비’에 대한 가수 측 대응 방식은 ‘콘셉트 차용’ 외에도 ‘샘플링’과 ‘후속곡 대체’로 나타난다.
최근 새 앨범 수록곡 ‘가면’이 미국 그룹 ‘마룬 5’의 ‘디스 러브’와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은 가수 이승기의 경우 소속사 측에서 ‘샘플링’을 주장했지만 앨범 재킷에는 샘플링했다는 표시가 없다. 댄스그룹 ‘코요태’의 경우는 2004년 ‘불꽃’이란 곡이 일본곡 ‘시키노 우타’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일자 후속곡으로 활동을 대체했다.
현재 가요 표절 심의기구는 없다. 1997년 10월까지 공연윤리위원회(공윤)에서 표절 심의를 맡았지만 공윤 폐지 이후 1999년 설립된 영상물등급위원회에는 표절 심의기구가 없다. 한국음원저작권협회 박종규(50) 사업 1부장은 “과거 5명의 심사위원으로 구성된 공윤의 표절 심사위원회는 ‘2소절(8마디) 이상 동일한 패턴을 나타내거나 음정이 다르더라도 박자 분할이 같은 경우’를 표절로 간주했다”고 말했다. 1996년 김민종의 ‘귀천도애’나 ‘룰라’의 ‘천상유애’는 공윤 심의에서 표절 판정을 받았다.
당시 표절 심사를 맡았던 작사가 겸 작곡가 계동균(56) 씨는 “음악에는 테마(주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리 ‘콘셉트 차용’이라 할지라도 앞 두 소절이나 후렴구가 원곡과 비슷한 테마로 전개될 경우 표절로 볼 수 있다”며 “이효리의 노래도 ‘콘셉트 차용’이므로 사실상 표절”이라고 말했다.
작곡가 전해성(36) 씨는 “이미 대중음악에서 한 옥타브로 색다른 멜로디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갈수록 이미지, 콘셉트가 중요해진다”며 “‘콘셉트’나 ‘모티브’ 차용이라 할지라도 원곡이 떠오른다면 표절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 원작자가 소송 제기해야 시비 가린다
그러나 법적 해석은 다소 관대한 편이다. 표종록(35) 변호사는 “저작권법상 원곡의 아이디어를 빌려왔다 해도 곡 전체의 분위기가 다를 경우 표절이라 하기 어려워 ‘콘셉트 차용’이 무조건 ‘표절’이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표 변호사는 “법률에서의 표절은 음반 판매량, 음원 다운로드 수 등 수치적 자료를 근거로 표절 대상곡이 원곡의 음원 시장을 침해하는 증거가 있을 경우 표절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현재 가요 표절은 ‘친고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최종 판단은 판사가 맡고 있다. 원고와 피고 측이 각각 감정원을 두고 왜 표절인지, 왜 표절이 아닌지 증빙 자료를 제출하면 판사가 판결을 내린다. 이 때문에 원작자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표절 여부를 가리지 못한 채 ‘표절 의혹’, ‘표절 논란’에 그치게 된다.
음악 평론가 임진모 씨는 “표절 심의 기구 마련도 중요하지만 ‘콘셉트 차용’을 마치 새로운 유행으로 생각하는 작곡가들의 각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