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무능하다는 소리를 듣는 게 낫다."
서울중앙지검 검사와 직원들이 긴장하고 있다. 임채진(林采珍) 지검장이 2월 취임 이후 각종 회의와 회식 자리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검찰의 수사 관행을 강하게 질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 지검장의 이 같은 '내부 비판'은 취임 직후부터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검사들이 전한 임 지검장의 발언은 '절제된 검찰권 행사'와 '품격 있는 수사'로 요약된다.
그의 질타는 원론적인 자기 혁신을 주문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내부에선 "외부의 비판보다 더 심한 것 아니냐"고 웅성거리기도 했지만 임 지검장은 "고쳐질 때까지 내 직(職)을 걸고 계속 얘기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임 지검장은 뇌물제공이나 횡령 혐의로 기업인 등을 수사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조세포탈 등 다른 혐의로 압박을 가하는 식의 수사 관행에 대해 '비겁한 짓'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계좌추적이든, 참고인 조사 등 사건이 발생한 시점을 전후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수사를 해보고 없으면 없다고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지검장은 이 같은 관행을 바로 잡기 위해 내사 사건 중 1년 이상 진행 되고 있는 사건들을 모두 보고하도록 했다. 임 지검장은 "1년 동안 검사 자신과 가족, 주변 사람들이 계좌추적과 출국금지를 당하고 검찰에 불려 다닌다고 생각해보라"며 "차라리 무능하다는 소리를 듣는 게 낫다"고 말했다.
트럭으로 실고 오는 마구잡이식 압수수색 관행도 문제 삼았다. 임 지검장은 "불필요한 자료는 빨리 돌려줘야 기업이나 개인이 사회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아니냐"며 "그런 무리한 수사 관행 때문에 검찰 전체가 불신과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다수 검사들은 "과거 선배들의 잘못된 관행을 답습하지 말라는 충고"이라며 공감했다. 일부에선 "특별수사는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다고 한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