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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로의 초대]한국투신운용 김범석 사장

입력 | 2006-03-07 03:09:00

김재명 기자


지난해 7월 동원투신운용과 합병한 한국투신운용은 운용자산 규모 1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그러나 통합 출범 때 22조5000억 원이 넘었던 운용자산은 지금까지 4조 원가량 감소했다. 업계에서 “합병이 성공적이지 못해 위상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간판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거꾸로 펀드’ 시리즈도 지난해 말부터 수익률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투신운용 김범석(사진) 사장은 “지난해 합병 문제를 매듭짓고 올해는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내실을 다지는 중”이라며 “합병은 성공적이었다”고 단언했다.

○ 새 간판 펀드 이달 내놓는다

“운용자산이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업계 내 위상이 흔들린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머니마켓펀드(MMF)에서 3조 원, 채권형펀드에서 1조 원 정도 빠졌어요. 주식형 등 보수가 높은 펀드로 주력 상품을 바꾸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입니다.”

보수가 낮은 펀드의 운용자산 규모가 줄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좋아졌다는 것. 지난해 채권 수익률이 형편없었던 것도 운용자산이 줄어든 게 원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한국투신운용은 2월 말 현재 주식형펀드 판매에서 시장점유율 8.1%로 3위에 올라 있다.

김 사장은 “주식형펀드 부문의 성장 속도가 시장 전체 성장세에 비해 다소 느린 것은 사실”이라며 “출발이 늦었지만 수익률 관리능력을 앞세워 경쟁사들을 따라잡고 있다”고 말했다.

인기가 예전만 못한 ‘거꾸로 펀드’ 시리즈를 대체할 새 주력상품을 이달 중 내놓을 예정이다. 거꾸로 시리즈와는 달리 업종 대표 대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다. 중소형주 편입이 많아 안정성이 떨어졌던 거꾸로 펀드의 단점을 없앴다는 것.

“종합자산운용사로서 대표 상품을 다양화할 필요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단기수익률을 보지 않고 장기수익률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지만 고객의 필요는 제각각이죠. 투자자의 수요에 맞게 여러 가지 유형의 상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 “고객의 신뢰는 수익률에 달려 있다”

합병 과정에서 노조와의 갈등으로 우수한 인력 일부가 빠져나갔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꼭 필요한 핵심 인력의 유출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회사를 그만둔 직원이 적지 않았지만 그 때문에 큰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회사에 대한 고객의 신뢰는 수익률에 달려 있어요. 합병 이후 자산운용팀의 업무 효율과 펀드 수익률이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김 사장은 재무부(현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를 거친 관료 출신. 자산을 실제로 운용하는 펀드매니저 출신이 아닌 그의 경력은 부임 초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예전에 맡았던 은행신탁 감독 업무에 비하면 자산운용 업무는 단순한 편”이라고 했다.

“고객을 외면한 채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 사는 펀드매니저가 적지 않습니다. 시장의 변화에 따라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대처하는 유연하고 적극적인 자세 없이는 자리를 오래 지킬 수 없을 겁니다.”

현재 한국투신운용의 대표 펀드는 2003년 12월 설정된 ‘한국부자아빠 거꾸로 클래스A’. 2월 말 현재 수탁액은 4400억 원. 누적수익률은 107.8%에 이른다. 삼성그룹 14개 계열사에 투자하는 ‘삼성그룹주 펀드’도 있다. 올해 1월에는 성장주 중심의 ‘한국부자아빠 거꾸로 플러스 펀드’를 주식형과 혼합형, 채권형으로 내놓았다. 이 상품의 2월 말 현재 수탁액은 620억 원.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김범석 사장은… △1957년생 △1980년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졸업, 행정고시 24회 △1982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1990년 미국 보스턴대학원 경제학 석사 △1981∼1999년 병무청, 총무처, 재무부, 재정경제원, 금융감독위원회 근무 △1999년 키움닷컴증권 사장 △2002년 동원투신운용 사장 △2005년 한국투신운용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