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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버전’ 애국가? “친근해서 좋아” vs “경건해야 마땅”

입력 | 2006-03-01 03:08:00

2006 독일 월드컵 응원가로 ‘록 버전 애국가’가 등장하자 신세대들이 친근감을 나타내는 반면 중장년층 중 일부는 애국가 변형에 대해 못마땅해하기도 한다. ‘록 버전 애국가’를 부르는 가수 윤도현(왼쪽)과 한 유통회사 직원들이 대형 태극기를 게양한 뒤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6 독일 월드컵 개막을 100일 앞둔 1일 오후. 4년 전 “대∼한민국” 함성이 메아리쳤던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애국가가 울려 퍼진다. 한국축구대표팀과 앙골라대표팀의 평가전 직전에 열리는 축하 콘서트 ‘Again 2006 우리는 대한민국’(KBS 2TV 생방송)에서 록그룹 ‘윤도현 밴드’가 자신들이 록으로 편곡한 애국가를 부르기 때문이다.

최근 애국가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윤도현 밴드’가 월드컵 응원가로 변형시킨 애국가가 지난달 21일부터 SK텔레콤의 TV 광고로 나가기 시작하자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애국가의 상업적 사용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하지만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21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조사 결과는 ‘록 버전 애국가 찬성’이 69.5%(전체 9만2001명 중 6만3942명·28일 오후 9시 현재)로 압도적이다.

2002 한일 월드컵 때 태극기가 두건과 티셔츠, 보디페인팅으로 변형되며 상징 역할을 했던 것처럼 올해 월드컵에서는 ‘친근하고 발랄한 애국가’가 월드컵 문화코드가 될까?


♪‘록 버전’애국가

○ 엄숙한 애국가 vs 친숙한 애국가

TV 광고에서는 붉은 티셔츠 차림의 ‘윤도현 밴드’가 기타를 울리며 “동해물과 백두산이∼”를 외친다. 광고 속 교복 차림의 학생들은 록 버전 애국가를 ‘축제’의 노래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대학생 양현경(27·여) 씨는 “애국가가 상업적 목적으로 광고에 삽입되는 것은 반대지만 록 버전의 애국가 자체는 흥겹고 신난다”고 말했다.

젊은 가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가수 싸이(29) 씨는 “학교 조회시간에나 가끔 부르는 애국가를 국민 모두 응원가로 부를 때 오히려 애국심이 샘솟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기성세대까지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리버럴리스트’로 꼽히는 가수 한대수(58) 씨는 “애국가에는 응원가로 부를 수 없을 만큼의 신성함이 담겨 있다”며 애국가 사용에 반대했다.

애국가 작곡자인 안익태(安益泰) 선생의 유족이 지난해 정부에 애국가 저작권을 기증함에 따라 누구든지 애국가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안익태기념재단 김형진(金亨珍·48) 이사장은 “2002년 태극기 열풍의 경우 ‘건곤감리’의 위치를 바꾸는 변형은 아니었지만 록 버전 애국가의 경우 악보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 훼손”이라면서 6일 재단이사회를 소집해 록 버전 애국가에 대한 대처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변형 불가론 vs 애국가 문화주의

신세대들의 애국가 문화론은 함께 즐기는 것이 ‘현실적 애국’이라는 것으로 집약된다.

이러한 실용주의는 ‘애국가 엄숙주의’를 주장하는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의 의미도 갖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서강대 전상진(田尙鎭·사회학) 교수는 “국기 강하식 때 애국가를 들으며 부동자세를 취해야 했던 기성세대의 경험을 신세대가 공유할 리 만무하다”고 말했다.

애국가의 새로운 소비형태가 권위적인 애국주의를 탈피하게 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록 밴드 리듬에 맞춰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 자체가 국가주의나 권위주의를 깨뜨리는 것이라는 것.

한양대 임지현(林志弦·역사학) 교수는 “신세대들이 태극기와 애국가를 변형해서 소비하는 것은 민족주의나 애국주의를 축제라는 형식으로 재생산하는 ‘카니발 민족주의’”라고 해석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댄스 - R&B버전도… 美선 ‘변형 國歌’가 빌보드차트 6위▼


안익태 선생의 친필 애국가 악보. ‘남산 우에 뎌 소나무’ 등 옛 철자법 표기가 보인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록 버전 애국가’를 부른 것은 ‘윤도현 밴드’가 처음은 아니다. 2005년 국가보훈처가 제작 배포한 ‘광복 60년 독립군가 다시 부르기’ 음반에는 가수 김장훈이 록으로 편곡해 부른 애국가가 실려 있다

그룹 ‘DJ DOC’는 1996년 댄스 버전의 ‘애국가’를 발표했으며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여가수 박정현과 박화요비 등이 리듬앤드블루스 버전으로 반주 없이 애국가를 부르기도 했다.

외국의 경우에도 ‘국가 다르게 부르기’ 사례는 많다. 1960년대 미국의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는 자국의 베트남전 참전에 반대하며 전자기타로 국가인 ‘더 스타 스팽글드 배너’를 연주했다. ‘롤링 스톤스’도 공연 중 국가를 록 버전으로 불렀다.

2001년에는 흑인 여가수 휘트니 휴스턴이 9·11테러 후 실의에 빠진 미국인들을 위해 국가를 리듬앤드블루스 버전으로 발표해 빌보드 싱글 차트 6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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