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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추기경 "상대 존중·이해하고 양보하라" 정의장에 쓴소리

입력 | 2006-02-27 18:51:00


정진석 추기경이 27일 추기경 선임 축하 인사차 서울 명동 천주교 서울대교구 대주교관 집무실을 찾은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에게 "상대방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양보하라"고 덕담을 겸한 충고를 건넸다.

정 추기경은 "지도자들이 국가 발전과 민족복지 증진을 위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같지만 방법론의 차이가 있다"며 "(정치인들이) 기본은 비켜두고 지엽적인 차이점 때문에 서로 용서하지 못할 사람처럼 논쟁을 하다 합의조차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 의장 체제가 출범한 뒤 5·31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여야가 또다시 싸움판을 벌이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둔, '상생(相生)의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조언이었다.

정 추기경은 "제 각기 다른 대한민국 4800만 명의 평균 얼굴을 조합해낼 수 있는 것처럼 4800만의 평균 의견도 모을 수 있다"며 "이런 평균적 의견을 모으려면 상대방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다 양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추기경은 이어 "현실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다수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의견을 도출해내는 것이 의장의 역할"이라며 "힘들겠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힘들지 않고 되는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가톨릭 신자인 정 의장은 "말씀을 잘 받들어 당내 화합 및 야당과의 상생정치를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정 의장은 이어 서울 종로구 견지동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을 찾아가 지관(智冠) 총무원장 스님도 만났다.

지관 스님은 "혼자서는 집을 지을 수 없다. 두서너 사람 모아야 지혜가 나오고, 여러 뜻을 모으면 완벽해진다"며 "집을 지을 때는 철저히 계획한 뒤 의지력을 갖고 설계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 의장은 3·1절을 하루 앞둔 28일 독도를 방문해 독도경비대를 위문할 예정이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정추기경 "국민 다수의 소망을 실천해야 훌륭한 지도자"

정진석(鄭鎭奭) 추기경은 27일 "그동안 교회 밖의 문제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입을 열지 않고 살아왔지만 하느님의 분명한 원칙을 이야기해야 할 때는 교황님의 뜻은 이러이러하다고 국민들에게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 추기경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성당 별관에서 추기경 서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추기경은 하느님의 말씀을 오늘날의 현실에 해석하고 적용하는 교황의 보필자로 교황의 발언 중 우리나라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면 전달하려 노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해 앞으로 정치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해 발언할 것임을 예고했다.

정 추기경은 또 "국가지도자는 평균적인 국민의 의견과 국민 다수의 소망을 듣고 이를 실천에 옮기면 역사에 길이 남는 훌륭한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추기경은 개정 사학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법조항 한 두 개의 문제가 아니라 일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인 16~18세의 청소년들이 수능 만능주의에 물들고 점수기계가 돼버린 현실이 안타깝다"고 개탄하면서 "우리나라의 현 교육시스템으로는 세계를 이끌어갈 지도자가 나올 수 없다"고 비판했다.

북한 선교에 대해 정 추기경은 "남북문제는 일방적인 생각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정부와 의논하고 여러분들의 의견을 수렴해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뒤 북한의 가톨릭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광복이후 58개이던 가톨릭교회가 6·25 전쟁 중 전부 없어졌다. 신부 수녀님 100여 분이계셨는데 전쟁 전후로 다 이 세상에서 볼 수 없게 됐다. 그 후 지금까지 북한에는 성직자나 수녀님이 한 분도 없다. 신자들은 광복직후 5만5000명 정도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1000~3000명 정도 있는 것으로 소문이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선교란 말은 좀 어폐가 있다. 북한 전체 주민들을 인도적 차원에서 사랑하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10년 동안 서울대교구는 매년 10억 원씩을 지원했다."

교황의 방북 가능성에 대해 정 추기경은 "북한에는 성직자가 한 분도 안 계시니 어렵다. 신부 한 명이라도 상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북한 측에 요청했으나 '아직 때가 아니다'는 대답만 듣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환(金壽煥) 추기경과의 역할 분담을 묻는 질문에 정 추기경은 "라틴어에 '노인은 지혜다'란 말이 있다. 그 분은 나의 스승이요, 대선배며, 큰형이다. 김 추기경으로부터 지도받으며 이 자리가 갖는 의미를 배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윤정국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