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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안학궁터 南北 공동발굴

입력 | 2006-01-26 03:00:00

북한 평양 대성산 소문봉 중턱에서 내려다본 안학궁 터(점선 안). 안학궁은 대성산성을 끼고 평지에 조성된 궁성이다. 사진 제공 고구려연구재단


북한 평양에 있는 고구려 왕궁 유적지인 ‘안학궁 터’를 남북이 공동 발굴한다.

고구려연구재단 김정배(金貞培) 이사장은 25일 “북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관계자들과 23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만나 안학궁 터를 남북이 공동 발굴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고구려 유적을 남북이 공동 발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학궁은 고구려 최전성기 때의 왕궁으로 북한에 남아 있는 유일한 고구려 궁성지다. 장수왕이 평양으로 천도한 427년에 건립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586년(평원왕 28년)에 궁성을 장안성으로 옮길 때까지 159년간 왕궁으로 쓰였다. 지금은 평양 대성산 남쪽 기슭에 궁터만 남아 있다. 총면적 38만여 m²로 한 변이 600여 m인 사각형의 토성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모두 52채의 궁전 터가 있다.

북한 측은 1950년대 말 기본 조사를 실시해 규모와 구조의 윤곽은 파악했지만 예산과 기술 등의 문제로 본격적인 발굴은 미뤄 왔다.

김 이사장은 “왕궁 규모가 경복궁의 3, 4배에 달해 수년간에 걸친 대규모 발굴이 될 것”이라며 “5, 6세기 고구려의 유물, 불상뿐 아니라 당시 시대상을 밝혀 줄 명문 자료도 출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고구려연구재단 최광식(崔光植·고려대 박물관장) 상임이사는 “그간 일부 일본 학자들이 안학궁이 고려시대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해 왔는데 이번 발굴을 통해 오래된 논쟁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단 측은 다음 달 초 북측 실무자와 만나 세부 일정을 논의하고 올 상반기 중 한 달 일정으로 초기 조사를 시작한다. 북측에서는 김일성종합대와 문화보존지도국이 발굴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안학궁 발굴은 삼국시대 궁성에 대한 본격적인 첫 발굴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경북 경주시에 있는 신라시대 월성은 내부 발굴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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