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건너 마주 보이는 집 뜰에 감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해마다 가을이면 주렁주렁 감이 익어간다. 그러다가 초겨울 문턱에 들어서면 여남은 개만 뎅그렇게 달려 있다. 남겨 둔 빨간 감을 볼 때마다 내 마음이 따뜻해진다. 짹짹거리며 날아다니는 우리 가회동 새들을 잊지 않은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마워서다. 늦가을 어디를 가나 시골 풍경 속에는 빈 가지에 드문드문 빨간 감이 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새들도 한 식구로 생각했던 조상들의 마음이 대물림으로 살아 있는 풍경이다.
물질의 풍요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물질에 집착하는 마음이 심각한 세태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나누는 마음, 내가 다 차지하지 않는 마음, 내가 조금 덜 갖는 마음이 귀하게 느껴진다. 나와 이웃의 관계를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사람과 사람, 천지자연과 인간은 물론 자연 이치와 법률까지도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것’이라고 적실하게 밝혀 주신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대종사님을 떠올린다.
모든 살아 있는 것과 사람들이 우리에게 베풀고 있는 친절함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수행법 ‘로종’에 대해 달라이 라마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자신을 살아 있게 하고 나아가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 이를테면 음식과 집과 명성까지도 오직 다른 사람들의 협력과 도움으로 생겨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전기 기술자들이 단 하루만 일손을 놓아도 도시 전체가 마비될 것이다. 음식이나 집도 그렇다. 생활필수품을 손에 넣으려면 직접 또는 간접으로 많은 사람의 협력과 도움이 있어야 한다. 명성처럼 오래가지 않는 것조차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만일, 첩첩산중에 혼자 산다면 메아리밖에 자신을 알아주는 이가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 없다면 명성은 있을 수 없다.”
이처럼 우리 삶의 거의 모든 면에서 다른 사람이 관련되어 있다. 하나씩 이렇게 생각해 나가면 우리는 엄청난 은혜 속에 살고 있음을 깨닫고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은혜에 보답해야 하지 않겠는가.
김지정 원불교 교무 도서출판 솜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