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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행적 오리무중 “제2의 용천폭발사태 우려” 철통보안

입력 | 2006-01-12 03:00:00


북한 최고지도자의 외국 방문은 과거에도 극비 사항이었다. 하지만 이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행적은 전례가 없을 만큼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북한과 중국이 과거보다 더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왜일까?

그 이유는 무엇보다 2004년 중국 방문을 마치고 북한으로 돌아간 직후에 발생한 용천역 열차 폭발사고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폭발사고는 김 위원장이 탄 특별열차가 용천역을 통과한 지 8시간 만에 발생했다. 그런 정황 때문에 폭발사고는 단순 사고가 아니라 김 위원장을 겨냥한 암살 음모였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달러 위조 문제가 최근 국제사회에서 이슈로 부각된 것과 연결시켜 김 위원장이 더욱 조심스럽게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노골적으로 북한을 향해 ‘범죄 정권’이라고 경고했다. 더욱이 미 의회조사국(CRS)에서 위조지폐 문제를 담당해 온 라파엘 펄 연구원은 “5년 전만 해도 북한을 단죄하겠다는 의지가 10점 만점에 2점 정도였지만 지금은 4점까지 올라왔다. 6, 7점이 되면 북한은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이를 두고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김정일 정권 교체에 나서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런 ‘북한 옥죄기’가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 행보를 더욱 극비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은 ‘오리무중 행적’에 대해 나름대로 실무적인 설명을 내놓는다. 우선 중국 측이 김 위원장의 방중에 관여하는 부서와 인원을 최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중국 외교부가 일부 참여했지만 이번에는 전적으로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가 모든 일정을 관장하면서 외교부에는 제한된 정보만 주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