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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日총리 신사참배’ 보복 나섰나

입력 | 2005-12-23 03:04:00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거듭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로 중-일 관계의 갈등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강경한 태세의 중국이 보복에 나섰다는 얘기마저 나돈다.

22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내년 초 자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국 중국 일본 등 3국의 정보통신장관 회의를 연기한다고 일본 측에 통보했다.

도쿄(東京)의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 참배에 반발해 정상회담과 외교장관회담을 잇달아 거부한 것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도 대일(對日) 보복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정보산업부 담당자는 20일 베이징(北京) 주재 일본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개최 준비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회의 연기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2002년부터 매년 열린 이 회의에서는 차세대 인터넷 통신과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 분야에서 한중일 3국의 정보 교환과 협력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중국은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도 한중일 정상회담을 거부했으며 일본과의 개별 정상회담에도 응하지 않았다.

또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과 관련한 실무 협의를 10월에 열기로 합의했지만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하자 “회의를 개최할 분위기가 아니다”며 미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왕이(王毅) 주일 중국대사가 12일 귀국한 뒤 도쿄로 복귀하지 않아 양국 외교가에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고 홍콩 원후이(文匯)보가 22일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는 왕 대사의 귀국이 정상적인 업무 보고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왕 대사가 귀국 기간에 중-일 관계 발전 방향과 최근 일본 정국의 변화에 대해 최고 지도부에 보고할 것이며 내년 1월 29일 춘제(春節·설) 직전 귀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관측통들은 중국 정부가 요직인 주일 대사 자리를 특별한 이유 없이 장기간 비우는 것은 최근의 양국 관계와 관련해 일본 측에 경고를 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했다.

다른 소식통은 왕 대사가 지난해 여름 경동맥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바 있어 그의 귀국에는 건강 문제도 있다고 말했으나 “대일 외교의 일선 사령관이 갑작스럽게 귀국해 장기간 국내에 머무는 것은 중-일 관계에 이상이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