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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공동에세이‘더 늦기 전에…’펴낸 최일도-김연수부부

입력 | 2005-12-14 03:00:00

가족사랑은 이웃사랑의 원천이 된다고 말하는 최일도(왼쪽) 김연수 씨 부부. 이들은 “‘밥퍼’ 출간 이후 10년간 다일공동체는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며 “앞으로 아시아 지역으로 이 체험이 파급돼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혀 아시아 선교에 대한 의욕을 보였다. 박해윤 기자


《“저는 노숙자나 걸인 같은 이웃이 소외됐기 때문에 사랑하는 게 아닙니다. 그들이 내 가족이기에 사랑하는 것이지요. 가족은 핏줄의 개념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뿐 아니라 국적과 인종을 초월해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다 가족이지요.” 10년 전 ‘밥 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일명 ‘밥퍼’)을 펴내 전국에 ‘밥퍼’ 붐을 일으켰던 최일도(崔一道·다일공동체 대표) 목사가 이번에는 부인 김연수(金連洙) 씨와 함께 부부 자전 에세이 ‘더 늦기 전에 사랑한다 말하세요’(사진)를 펴냈다.》

1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다일복지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최 목사 부부는 이웃사랑과 가족사랑이 다르지 않음을 강조했다.

최 목사는 “저는 아내 김연수를 사랑하는 그 깊이로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더 테레사 수녀가 ‘나는 한 사람을 사랑할 뿐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한 사람을 정말 깊이 있게 사랑한다면 다른 모든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랑이 그 깊이를 잃는다면 아무리 많은 사람을 사랑한다 해도 무의미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최 목사는 무료 급식 ‘밥퍼’ 사역 이후 하는 일이 아주 많이 늘어났지만 처음 사랑의 깊이를 간직하기 위해 17년 전 청량리역 앞에서 걸인들에게 라면을 끓여 주던 닳아빠진 양은냄비를 지금도 사무실에 보물처럼 보관하고 있다며 보여 주기도 했다.

최 목사는 사랑에는 깊이, 넓이, 순수성, 지속성, 표현의 다섯 가지 요소가 있는데 이 중 깊이와 넓이는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연관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인 김 씨가 최 목사의 말을 받아 “요즘 너무도 많은 부부가 서로 다른 생각과 성격 차이 때문에 성급하게 이혼을 결정한다”며 “생각이 서로 다른 데서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성격 차이는 서로가 지닌 미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좀 더 많은 부부가 타작마당에 앉아 편히 먹이를 쪼아 먹으려는 참새가 되지 말고 봄부터 볍씨를 뿌려 모 심고 김 매고 추수해서 곡식을 함께 거두어들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 역시 지난 세월 동안 눈물을 흘리면서 씨를 뿌렸더니 남편이나 시어머니, 혹은 세상 사람들이 비로소 마음을 열었다”고 털어놨다.

수녀 출신인 김 씨와 최 목사는 그동안 불과 물 같은 개성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사랑을 지켜 왔는지를 기자에게 들려줬다. 한때 고부 갈등으로 김 씨는 가출을 했다. 죽을 결심으로 3일 밤낮을 울며 기도드렸더니 ‘그래, 지금은 우리 가족의 어두운 밤이다. 이제 동이 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만 참고 견디자. 내가 상처받고 아픈 만큼 남편과 시어머니도 아픔을 겪고 있을 것이다.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사랑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김 씨는 “부부의 상처(scar·스카)는 잘 다루면 흉터가 아닌 별(star·스타)이 되고 아름다운 무늬가 된다”고 덧붙였다.

부부는 책 출간 기념으로 1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1층 강당에서 ‘사랑의 5차원(어떻게 사랑하며 살 것인가)’을 주제로 독자 초청 무료 강연회를 연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축하 화환이나 화분 대신 쌀(20kg)을 받으며 접수된 쌀은 다일공동체에서 불우이웃을 위해 따뜻한 밥을 짓는 데 사용한다.

10년 전 펴낸 책 ‘밥퍼’는 그동안 64만 부가 팔린 대형 베스트셀러로 한국 사회에 하나의 신드롬을 낳고 이들 부부와 다일공동체에도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전국의 교회들을 중심으로 ‘밥퍼’ 무료급식운동이 벌어졌고, 천사데이(10월 4일)가 선포되고 천사운동이 전개돼 전농동에 무료종합병원인 ‘다일천사병원’이 개원됐다. 책 인세로는 북한에 결핵이동진료차를 기증했고, 다일영성수련원(경기 가평군 설악면 묵안리)을 세웠다. 중국 베트남 미국 캄보디아 등 해외에도 다일공동체가 속속 들어섰다.

김 씨는 “아무리 인터넷 시대라지만 책은 살아 있는 생명체 같다”면서 “특히 책 ‘밥퍼’는 요술방망이같이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해결해 줬다”고 술회했다.

한없는 이들 부부의 가족사랑 이야기가 날씨만큼이나 얼어붙은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녹여 주길 기대해 본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최일도 목사는

△서울 출생

△장로회신학대 대학원 졸업

△1988년 청량리역에서 밥 굶는 이 웃 상대로 라면을 끓여주기 시작

△1998년 다일복지재단 설립

△2002년 다일천사병원 개원, 미 국 다일공동체 설립

△2005년 개신교 첫 형제수도회인 다일형제수도회 창립

●김연수 시인은

△충남 논산 출생

△수도여자사범대 국문학과 졸업

△1972년 대학 재학 중 서울 명동 의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원에 입회

△1978년 ‘시문학’지에 시인 등단

△1981년 수녀복을 벗음

△1982년 최일도 목사와 결혼

△2005년 현재 다일복지재단 상임이사와 시인으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