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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뉴스 “황우석팀 줄기세포 2개 유전자 불일치”

입력 | 2005-12-02 03:02:00


MBC는 1일 9시 뉴스데스크에서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 연구팀이 제공한 줄기세포주 5개를 민간 유전자 분석업체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두 개의 유전자 형질이 논문에서 나온 것과 달랐고 나머지 세 개는 ‘판독 불가’였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SBS는 이날 8시 뉴스에서 “MBC PD수첩팀이 한 민간업체에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의 DNA 검사를 의뢰했지만 대부분 검사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MBC와 SBS가 밝힌 민간업체는 같은 곳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황 교수팀 줄기세포 샘플 분석 결과가 크게 달라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민간 유전자 감식업체가 밝히는 진실

MBC는 이 민간업체에 황 교수팀이 제공한 5개의 줄기세포와 환자 체세포를 맡기고 DNA 일치 여부 조사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 1개는 완전 불일치, 1개는 80% 불일치, 그리고 3개는 ‘판독 불가’라는 판정이 나왔다고 MBC는 밝혔다.

그러나 SBS는 “해당 업체는 MBC가 넘긴 15개의 시료 가운데 줄기세포가 몇 개인지를 몰랐다”며 “15개 샘플 중 13개는 DNA 자체를 판단할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SBS는 또 “이 민간업체 관계자가 ‘(MBC가) 처음에 제대혈 세포라고 했다가, (나중에) 줄기세포라고 하는 등 얼버무리고 넘어갔다’고 말한 것으로 봐서 민간업체는 15개 시료 가운데 줄기세포가 몇 개인지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MBC PD수첩팀의 의뢰를 받아 DNA 검사를 수행한 유전자 검사업체는 “PD수첩팀이 준 샘플에 대해 판독 불가나 일치, 불일치 판정을 내린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PD수첩팀이 검사를 의뢰한 15개 샘플은 5개씩 세 묶음으로 PD수첩팀은 이를 단지 세포라고만 했을 뿐 여기에 들어 있는 각각의 샘플이 누구 것인지, 줄기세포인지, 모근세포인지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15개의 샘플은 모두 액체 상태의 튜브에 담긴 채 전달됐다.

회사 관계자는 “넘겨받은 샘플 중엔 머리카락 일부만 있는 것도 있어 어딘가에서 처리된 듯했다”며 “보통의 경우 샘플 성질을 확인한 뒤 검사를 하지만 이번에는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검사 결과 일부에선 DNA가 검출되지 않아 검사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샘플 추출 과정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검사 자체를 받지 못하고 액체 속에 담긴 샘플만 받았기 때문에 확인해 볼 수 없었다”면서 “우리는 유전자 분석만 했을 뿐 유전자가 일치하는지 가리는 판독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까지 믿을 수 있나

황 교수팀은 올해 5월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하기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연구원에게 DNA 지문 검사를 의뢰했다.

당시 황 교수팀은 ‘100% 일치’라는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이 말은 10여 개의 유전자 마커가 모두 일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면수(韓冕洙) 국과수 유전자분석과장은 “배아줄기세포와 체세포가 동일한 사람의 것이라면 유전자 마커가 모두 일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PD수첩팀은 황 교수팀이 제공한 줄기세포와 모근세포 중 일부가 일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간단한 검사인데도 서로 다르게 주장하는 이유로 몇 가지 변수를 지적한다.

그중 하나는 줄기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법의학 관계자는 “줄기세포는 무한히 분열하는 특성이 있어 가능성은 적지만 분열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이런 경우 체세포와 유전자 마커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DNA의 ‘질’도 중요하다. 어느 한쪽의 DNA 샘플이 오래되거나 손상된 것이라면 유전자 마커가 나타나지 않아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DNA 지문 어떻게 판독하나

DNA 지문 분석은 특정 부위의 DNA를 대량으로 복제해 염기서열을 비교하는 것이다. 특정 부위의 염기서열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수사나 재판에서 주요 증거로 채택된다.

친자(親子) 관계나 사망자의 신원 확인도 가능하다. 친자 확인의 경우 DNA 지문 분석 결과는 ‘일치한다’는 식으로 나오지 않고 ‘99.99%의 확률로 친자 관계다’로 제시된다.

배아줄기세포와 체세포의 유전자가 같은지도 DNA 지문 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체세포와 줄기세포에서 유전자를 분리해 증폭시킨 후 두 샘플에서 특징적인 유전자 부위(마커)를 찾아내 비교한다.

국과수의 한 과장은 “10여 개의 유전자 마커가 일치하면 동일인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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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PD수첩 취재내용 공개하고 검증받아야”▼

MBC가 1일 밤 9시 뉴스데스크를 통해 ‘PD수첩’이 취재해 온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결과에 대한 검증 내용을 일부 공개했지만 여전히 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MBC가 PD수첩의 줄기세포 분석 의뢰 과정 및 결과의 전모를 밝히지 않은 데다 SBS는 이날 MBC가 DNA검사를 의뢰한 민간기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검증결과의 신뢰성에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또 연합뉴스가 이날 PD수첩의 취재 일지를 입수해 보도했으나 전모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PD수첩은 지난달 22일 첫 방송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에서 난자 매매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29일 방송에서 “왜,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내용을 취재했는지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모든 내용을 전하고 평가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언론들이 관련자들의 증언 등을 보도하고 이에 대해 PD수첩과 황 교수팀이 해명과 반박을 반복하면서 혼란이 확대되고 있다.

연일 새로운 의혹이 보태지는 진위 공방은 인터넷을 통해 빠른 속도로 번져 나가고 있다. 특히 사실이 밝혀지지 않는 가운데 상반된 주장만 거듭되자 다수의 네티즌이 국익을 이유로 MBC를 비난하고, MBC는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우면서 이상한 형태로 논쟁이 번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진실이 아닌 의혹만으로 혼란을 일으킨 것이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혼란 상황이 계속되자 PD수첩이 취재 내용 전체를 공개하고 검증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재경(李載景·언론홍보영상학부) 이화여대 교수는 “국민적 관심사인 줄기세포와 관련된 진위 논란을 하루빨리 과학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근거 없는 얘기들이 떠돌아다니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 PD수첩과 황 교수 연구팀이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김호기(金晧起·사회학) 교수는 “초기의 윤리 논쟁이 이제는 황 교수 논문의 진위 문제로 논점이 바뀌었다”며 “PD수첩이 취재 내용을 밝혀야 다른 쟁점들도 같이 풀리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MBC 최문순(崔文洵) 사장 등 간부들은 지난달 29일 회의를 열고 PD수첩 제작진에게서 ‘1차 검증 결과 일부 줄기세포의 DNA 지문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보고를 받았다. 한 고위 간부는 “지금까지 취재 결과에는 이상이 없지만 이 정도로는 ‘방영해도 된다’고 확신하기 어렵다는 신중론이 우세했다”고 말했다.

MBC 내부에서는 장기간 진위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MBC로서도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 부장급 기자는 “PD수첩이 차라리 취재 전 과정을 공개해 다른 언론에서도 ‘이 정도의 의혹이라면 검증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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