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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끈’ 길수록 취업門 좁았다

입력 | 2005-12-02 03:02:00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조사 결과는 수도권 대학 졸업생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좋아 명문대에 들어간 학생이 취업 가능성 및 임금 수준이 높다는 속설을 통계적으로 확인해 줬다. 하지만 복수전공, 대학원 진학, 자격증 취득 등 대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기울이는 노력들은 별 효과가 없다는 사실도 입증해 관심을 끈다.

▽‘수도권대 B학점 이상, 토익 점수 800점 이상, 남성 공학도’면 OK=수도권대 졸업생의 정규직 취업률(이하 취업률)은 83.5%로 지방대 졸업생의 취업률 75.1%에 비해 높았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취업률이 13.3%포인트나 높았다. 남성의 미취업률은 10.6%로 여성(18.2%)에 비해 훨씬 낮았다.

대학 성적을 살펴보면 평균 B학점인 졸업생의 취업률은 80.3%, A학점은 80.5%였다.

토익 성적에 따른 취업률은 800점 이상이 89.3%, 700∼799점이 87.3%, 700점 미만이 79%, 미응시자는 74.3%로 나타났다. 영어 실력이 좋을수록 취업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해외연수 경험이 있는 사람의 취업률은 83.9%로 미경험자보다 약 5%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토익 점수가 높지 않으면 해외연수 경험도 취업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아 ‘무작정 해외연수’는 ‘헛돈 쓰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LG그룹 인사담당자는 “실무에 적용 가능한 어학 실력과 다른 사람과 차별화되는 경험이 없다면 해외연수 자체는 취업에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직업훈련 경험이 있는 사람(66.2%)보다 없는 사람(81%)의 취업률이 더 높아 각종 인턴십이 취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자격증이 있는 사람(79.1%)이 없는 사람(80.1%)보다 취업률이 약간 낮았다. 컴퓨터 활용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보통인 사람보다 취업률이 높았다.

전공별 취업률은 공학계(86%), 의약계(82%), 사회계(79.5%), 교육계(76.4%), 자연계(72.9%), 인문계(69.4%) 등의 순이었다. 의약계를 제외하면 전공 분야 취업률은 교육계와 예체능계가 높았다. 인문계는 비전공 분야 취업률(42.3%)이 전공 분야 취업률(41.3%)보다 약간 높은 역전 현상을 보였다.

▽대학원과 복수전공은 취업의 ‘독(毒)’?=대학원 진학자(55.1%)는 학부 졸업생(36.9%)에 비해 오히려 하향 취업을 한 비율이 높았다. 이는 취업이 잘 되지 않아 대학원에 진학한 사람들이 더 많은 교육 투자를 하고도 ‘본전’을 뽑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대학생이 취업에 도움이 될까봐 선택한 복수전공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복수전공 졸업생의 취업률(73.9%)은 복수 전공을 하지 않은 졸업생의 취업률(80.6%)보다 약 7%포인트나 낮았다. 또 대학 진학 시 학과 입학생의 취업률(81.5%)이 학부 입학생의 취업률(76%)보다 높았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HRD정보통계센터 채창균(蔡昌均) 소장은 이에 대해 “복수전공을 선택한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두 전공의 학업성취도가 모두 부실해지고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능 점수가 임금에 큰 영향=임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수능 성적이었다. 2001년 졸업생은 대학이 수능 성적으로 신입생을 선발했을 때 대학에 진학한 학생이다. 따라서 수능 성적이 높으면 이른바 명문대에 갈 수 있었다. 수능 성적별 한 달 평균 임금은 상위 30%가 233만4000원, 중위 40%가 207만2000원, 하위 30%가 172만5000원이었다.

토익 점수 800점 이상자는 700점 미만자에 비해 한 달 평균 18만 원 정도를 더 받았으며, 대학 성적이 B학점 이상인 사람은 C학점 이하인 사람에 비해 임금 수준이 10% 이상 높았다.

또 대학을 졸업한 뒤 다른 대학에 편입한 사람은 임금이 18만 원 높았으나 졸업한 뒤 대학원에 진학한 사람은 임금이 21만 원 떨어졌다.

전공별로는 공학계(217만 원) 사회계(215만 원) 의약계(203만 원) 교육계(198만 원) 자연계(194만 원) 인문계(187만 원) 예체능계(166만 원) 순으로, 예체능계와 공학계의 경우 최대 50만 원 차가 났다. 의약계의 의학계열 졸업생은 조사 당시 대부분 인턴이나 레지던트여서 임금이 높지 않았다.

이우곤(李雨坤·한국외국어대 강사) 취업컨설턴트는 “삼성그룹의 자체 조사 결과 수능과 비슷한 자체 업무적성시험인 ‘SSAT’ 성적이 높은 사람이 인사고과도 높았다”며 “업무능력이 학습능력과 연관이 있는 만큼 수능 성적과 임금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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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수치로 본 한국 대학생▼

대학생들은 하루에 몇 시간이나 공부할까.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조사에서 대학생들은 학기 중에 매일 평균 6.3시간 공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들은 학기 중 주당 22시간 강의를 듣고 주당 43.8시간 학습활동을 했다. 강의나 시험 준비, 과제물 작성 등 강의 관련 학습활동은 주당 13.7시간, 외국어 컴퓨터 등 강의 이외의 학습 활동은 주당 8.1시간이었다.

방학 때는 학습활동 시간이 주당 21.2시간으로 줄고 아르바이트 활동이 주당 14.2시간으로 늘었다.

많은 대학생이 돈을 버는 경제활동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졸업생 10명 가운데 8.5명이 재학 중 아르바이트 등을 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아르바이트 활동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가운데 7명이 재학 중 자격증을 얻기 위해 공부한 경험이 있으며 한 명당 평균 2.5개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대 학생(74.8%)이 수도권 대학 학생(63.6%)보다 자격증을 따려는 노력을 더 많이 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관동대 심상목 취업지원센터장은 “취업에서 지방대생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자격증 취득을 권유하고 있다”며 “정보기술(IT) 관련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 등록하면 학교가 학원비의 40%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해외 연수 경험이 있는 졸업생은 13.3%였으며 연수 국가는 미국 캐나다 등 북미지역이 49.2%였고 호주와 뉴질랜드가 15.1%였다.

연수 국가는 남학생의 경우 북미지역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여학생의 경우 중국 유럽 호주 등지로 분산돼 있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어떻게 조사했나▼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대졸자 취업실태 보고서’는 올해 7∼8월 2001년도 4년제 대학 졸업생 2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웹 설문조사를 통해 만들어졌다.

대학 졸업생을 대상으로 취업 요인과 임금 수준을 분석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조사는 주로 기업 인사담당자 등을 통해 이뤄졌다.

이 조사는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대학 졸업생의 취업 성공 요인, 하향 취업 원인, 취업 후 임금 수준 결정 요인 등을 ‘다항로짓’ 모형을 통해 객관화했다. 다항로짓 모형은 3가지 이상의 변수가 얽혀 있을 때 다른 변수를 통제하고 원하는 변수만 비교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또 이 조사는 선진국과 동일한 설문 문항을 사용해 대학교육 만족도를 비교 분석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1994, 1995년 대학 졸업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럽연합(EU)과 일본의 공동조사와 동일한 설문 문항을 사용해 국내 실태를 객관적으로 외국과 비교할 수 있다.

2001년도 대학 졸업생만을 조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장기 취업준비생, 고시생, 대학원 졸업생 등 기타 변수를 제거해 실질적인 취업 형태를 분석하기 위해서다.

이 조사는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협동연구로 진행됐으며 대학 교육에 대한 기본 평가 자료로 쓰일 예정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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