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한자뿌리읽기]변(분별할 변)

입력 | 2005-10-17 03:10:00


변은 ‘짐승의 발자국’을 그렸다. 발자국의 주인을 알려면 자세히 살피고 분별해야 하기에 따져 가며 ‘분별하다’는 뜻이 나왔다. 이후 의미를 구체화하기 위해 田(밭 전)을 더한 番(순서 번)으로 논밭에 남겨진 짐승의 발자국을 그렸으나, ‘순서’ 등을 뜻하게 되자 다시 足(발 족)을 더한 번(짐승발자국 번)을 만들었다.

悉(모두 실)은 마음(心·심)을 써 가며 ‘남김없이’ 자세히 살핌을 말하며, 이로부터 ‘모두’의 뜻이 나왔다. 審(살필 심)은 원래 면(집 면)과 변과 口(입 구)로 이루어져 집안(면)에서 하나하나 따져 가며(변) 물어봄(口)을 말했다. 이후 口가 田으로 변해 審이 되었지만 番에도 ‘자세히 살피다’의 뜻이 들어 있다.

釋(풀 석)은 변과 역(엿볼 역)으로 구성되었는데, 소리부도 겸하는 역은 위가 눈(目·목)이고 아래가 형벌기구(幸·행)로 수갑을 찬 죄수를 감시하는 모습을 그렸고, 이로부터 ‘감시’와 ‘감찰’, 나아가 제대로 하는 자를 ‘선별하다’는 뜻까지 나왔다.

그래서 釋은 자세히 살펴서(변) 적합한 것을 선택해(역) ‘풀어냄’을 말한다. 비슷한 구조의 譯(통변할 역)은 말(言·언)로 풀어냄을, 繹(풀어낼 역)은 엉킨 실((멱,사)·멱)을 풀어냄을, 擇(가릴 택)은 손(手)으로 가려냄을 말한다.

하지만, 采(딸 채)는 변과 전혀 별개의 글자로, 손(爪·조)으로 나무(木·목)의 열매를 따는 모습이다. 이후 手(손 수)를 더한 採(딸 채)로 의미를 더 구체화했으며, 모든 채집 행위를 뜻하게 되었다. 여기에 艸(풀 초)를 더한 菜(나물 채)는 채취 대상인 ‘채소’를, 土(흙 토)를 더한 埰(영지 채)는 물산의 채취권이 부여된 ‘땅’을 말하며, 彩(무늬 채)의 삼(터럭 삼)은 과실을 딸 때 비치는 화사한 햇살의 상징으로 여기서 ‘화려한 색깔’의 뜻이 나왔다.

나머지 번(飜·날 번)의 番은 소리부이다. 날갯짓(羽·우)하며 마음껏 몸을 ‘뒤집으며’ 나는 새로부터 ‘뒤집다’나 ‘바꾸다’의 뜻이 나왔고, 羽의 상징성을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고자 飛(날 비)를 더한 飜을 만들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