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강탈당했던 북관대첩비는 12일 반환 합의문서 서명식 후 ‘환국(還國)’ 준비에 들어가 2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개관식 때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나아가 함북 길주에 복원될 때까지 이곳에서 100년 만의 환국을 반기는 시민들을 맞이하게 된다.
반환 경위를 보면 일본 측의 무책임한 태도와 한국 정부의 소극적 대응 등 문제점도 엿보인다.
러-일전쟁에 참가한 일본군이 ‘전리품’으로 왕실에 바친 북관대첩비를 야스쿠니(靖國)신사가 보관해 온 것은 이곳이 당시 왕실 직속 신사였기 때문. 그간 한국 측의 반환 요구가 있을 때마다 신사 측이 “우리는 위탁 관리할 뿐 일본 정부 소유물”이라며 일본 정부에 공을 넘긴 것은 이 때문이었다.
반면 일본 정부는 “야스쿠니신사는 민간 종교시설”이라며 책임을 피해 왔다. 12일 반환 문서 서명식이 한국과 일본 외무당국자, 신사 측 3자 형식으로 된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다.
일본의 종교계에서도 한국의 민족혼이 깃든 비석을 돌려줘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졌다. 일본 내 국수주의 단체의 반대 의견을 제압한 것은 이들 일본 내 양심세력이었다. 한국 정부는 그간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신사 사이의 떠넘기기 전술에 말려 속수무책이었다. 국내에서 논란이 되면 외무성에 문서를 보내고는 ‘반환 노력 중’이라고 해 왔다.
상황에 돌파구를 연 것은 불교계 인사를 중심으로 한 양국 민간단체였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정부 관계자들은 이들의 접촉을 탐탁지 않게 보면서 “왜 민간이 나서 문제를 시끄럽게 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남북한 민간단체 간에 합의문이 발표되고 야스쿠니신사 측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통일부 외교통상부 등 관계부처는 뒤늦게 생색내기에 나섰다.
한편 반환 약속 문서에는 과거 약탈 행위에 대한 일본 측 사과 내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측이 ‘인도’라는 표현을 고집하고 한국이 이를 수용한 것도 문제다. 일본 측은 반환이란 말을 쓰면 도덕적 비난을 받을 일을 한 사실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것을 염려했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