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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 공포]훨씬 더 강력한 지진의 ‘예고편’일 수도

입력 | 2005-10-10 03:00:00

날벼락에 넋 잃은 주민들“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9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북쪽으로 90km 떨어진 발라코트 지역 주민들이 폐허가 된 집 앞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구호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구조 장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발라코트=AP 연합뉴스


2만6000여 명이 사망한 2003년 이란 남부 밤 시(市) 대지진, 지진해일(쓰나미)까지 겹쳐 무려 17만6000여 명이 희생된 2004년 남아시아 지진에 이어 이번에는 파키스탄-인도의 카슈미르 지역에서 대형 지진이 발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8일 발생한 카슈미르 지진은 단지 시작일 뿐이며 이 지역에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참사 현장=“최후의 심판 날이 온 것 같았다.”

잿더미가 된 파키스탄 북부 산악지대 만세라 지역의 주민 파잘 엘라히 씨는 지진 발생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집이 무너지면서 부인과 동생이 숨졌고 중상을 당한 딸도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숨졌다며 울부짖었다.

파키스탄 동북부 지역 관리들은 “마을이 몽땅 쓸려 내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이 지역이 폭 100km의 ‘건물 잔해의 바다’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10층, 19층짜리 아파트가 붕괴되는 등 심각한 피해를 본 수도 이슬라마바드 시민들도 공포에 질려 황급히 대피길에 올랐다.

장비 부족과 폭우로 구조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한 관계자는 “중장비가 없어 막대기와 맨손으로 건물 잔해를 뒤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8일부터 카슈미르 지역에 폭우와 우박이 계속돼 구조작업이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길가에 방치된 이재민들이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현지 TV 방송이 전했다.

참사를 접한 세계 각국은 일제히 애도를 표시하며 피해 복구 지원을 약속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8일 “이번 참사는 가공할 비극”이라며 조의를 표한 뒤 “필요한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유럽연합(EU)도 360만 달러의 긴급 복구자금 지원 의사를 밝혔다.

한국 정부는 10일 중 한국국제협력단(KOICA) 재난구호팀과 의약품, 텐트 등 구호물품을 보낼 방침이다.

▽잦은 지진의 원인=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남아시아 지역은 ‘판구조론(theory of technical plates)’으로 볼 때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곳이라 지질학자들이 오래전부터 강진을 경고해 왔다. ‘판구조론’은 거대한 지각을 형성하는 13개의 판이 지표와 지구 중심 핵 사이의 유연한 부분인 맨틀 위를 매우 느린 속도로 떠다니면서 서로 충돌하거나 하나의 판이 다른 판 아래로 들어가 융기하며 지진, 화산을 만들어낸다는 이론.

영국의 BBC 인터넷판은 인도판이 1년에 5cm씩 동북쪽으로 이동해 유라시아판 밑을 파고들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양 지각판이 만나는 히말라야 단층에서 끊임없이 충돌이 발생하며 에너지가 축적되다가 일시에 분출돼 대형 지진이 발생한다는 것. 실제로 2001년 인도 구자라트 주에서 리히터 규모 7.9의 강진이 발생하는 등 이 지역에서는 대형 지진이 잇따랐다. 지진해일을 만들어낸 남아시아 지진도 인도-호주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면서 환태평양 지진대의 인도네시아 안다만 단층에 균열을 일으켜 발생했다.

또 일본 기상청의 한 전문가는 이번 지진의 진원이 지하 10km로 상대적으로 지표면에 가까워 피해 규모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학자들은 이번 지진 뒤에도 더욱 강력한 지진이 이 지역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인구가 밀집한 갠지스 평야의 도시 지역에서 발생할 경우 사망자가 100만 명을 넘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슬라마바드=외신 종합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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