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린이의 영양 상태가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연간 4만 명의 7세 미만 어린이가 응급구호를 받지 못하거나 심각한 영양 결핍 상태에서 사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타우피큐 무즈타바(사진)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평양사무소 부대표가 8일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열린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 창립 1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유니세프는 1996년 평양에 상주사무소를 개설했으며 1998년부터 북한 어린이의 영양 실태를 조사해 왔다. 2003년부터 북한 관련 활동에 본격적으로 관여해 온 무즈타바 부대표는 7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즈타바 부대표는 이날 심포지엄에서 ‘북한 어린이의 영양 상태와 유니세프의 관련 프로그램’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지난해 북한 당국과 공동으로 실시한 아동 영양 실태 조사내용을 공개했다.
1998년과 2002년에 이어 3번째인 이번 조사는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의 지원으로 북한 정부가 실시한 것으로 북한 어린이의 체중과 빈혈 상태 등이 정상치를 기준으로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조사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북한 어린이의 주요 사망 원인은 영양 결핍과 동반된 설사, 호흡성 질환이었으며 7세 미만의 어린이 중 37%가 발육부진, 7%는 결핵 등 소모성질환, 22%는 저체중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4∼5세 아동의 발육 부진 비율은 높아져 취학연령에 다다른 아동의 절반가량이 발육 부진 상태인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1998년 첫 번째 조사 때 발육 부진 아동은 전체 아동의 62%를 차지했으나 2002년에는 42%, 지난해는 37%로 줄어들었다.
2002년 조사 때 병원의 응급구호를 받지 못해 사망하거나 심각한 영양 결핍 상태의 어린이가 7만 명 수준에서 지난해 조사에서는 4만 명대로 줄어들었다.
무즈타바 부대표는 “유니세프를 통한 식량 지원으로 북한 어린이의 영양 실태가 2002년에 이어 호전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볼 때는 여전히 영양 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