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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수, ‘반칙왕’ 오노 제압… 오노 ‘반칙’으로 실격패

입력 | 2005-10-07 16:34:00

한국 안현수(왼쪽)와 안톤 오노가 7일 서울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05-2006 ISU 쇼트트랙 서울 월드컵대회 남자 1,500 m 결승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연합]


“더 이상의 ‘헐리우드 액션’은 없다”

‘제 2의 김동성’ 안현수(20·한국체대)가 ‘반칙왕’ 아폴로 안톤 오노(23·미국)를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스타 안현수는 7일 서울 목동실내링크에서 열린 2005~2006 세계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2차대회 1500m 결승에서 마지막까지 강력한 스케이팅을 선보이며 2분 19초 783의 기록으로 대회 첫번째 금메달을 획득했다.

안현수는 유리한 위치를 점령하며 오노의 주특기인 막판 스퍼트를 차단하는데 성공해 500m, 1000m 우승 전망도 밝게 했다.

오노 또 반칙…한국선수 밀어 실격 | 쇼트트랙 인도판 ‘쿨러닝’ 화제

5년만에 한국 무대를 밟은 오노는 결승에서 12번째 바퀴째를 돌던 중 인코스를 침범, 실격패를 당했다. 솔트레이크 올림픽에서 성공했던 반칙작전이 이번에는 수포로 돌아간 것.

안현수와 호흡을 맞춰 한국대표팀의 금메달을 도운 이효석(19·경희대)은 3위에 올라 동메달을 차지했다.

▲1,500m 결승서 실격패를 당한 아폴로 안톤 오노. [스포츠동아]첫 날부터 금메달을 거머쥔 안현수는 남자부 종합우승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안현수는 지난 달 30일부터 3일 동안 중국에서 열린 1차 대회에서도 2개의 금메달로 종합우승을 차지, 세계 최정상임을 확인한 바 있다.

이날 안현수가 목에 건 금메달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국민들의 숙원인 ‘오노 제압’에 성공하며 3년 동안 맺혀 있던 ‘김동성의 한(恨)’을 풀었기 때문.

빙판의 제왕이었던 김동성은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 1위로 결승라인을 통과했으나, 오노의 ‘헐리우드 액션’에 막혀 실격패를 당하는 아픔을 맛봤다.

△안현수 vs 안톤 오노 1500m 결승전

당시 포털 사이트와 스포츠 커뮤니티 등에는 ‘안티 오노 카페’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2002 한일월드컵에서는 안정환과 이천수가 ‘오노 세리모니’를 펼칠 정도로 오노에 대한 악감정은 극에 달했다.

그런 오노를 한국땅에서, 그것도 김동성이 금메달을 빼앗겼던 1500m에서 제압했기 때문에 안현수의 금메달은 더욱 화려하게 빛났다.

안현수는 “한국에서 오노를 꺾어 기쁘다. 오노와 여러차례 대결해 봤기 때문에 특별한 부담감은 없었다”며 “남은 500m와 1,000m에서도 오노를 꺾고 우승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한편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 오노에게 금메달을 빼앗겼던 비운의 스타 김동성은 이날 방송해설가로 데뷔해 눈길을 끌었다.

오노와 안현수의 경기를 직접 해설한 김동성은 “스케이트를 타는 것보다 마이크를 잡는 것이 더 떨린다”면서 “이번 서울 대회가 오노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목동실내링크에는 오노의 경기가 ‘반미감정’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150여명의 경찰이 투입,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임동훈 스포츠동아 기자 arod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