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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계高 등 실용음악과에 중고교생 지원자 급증

입력 | 2005-10-03 02:59:00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아현산업정보학교 무대연주실에서 이 학교 실용음악과 큐미로콰이어 밴드의 멤버들이 연습을 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장래 희망이 록(Rock) 가수인 고3 수험생 박전구(朴田丘·18) 군은 요즘 밤늦게까지 서울 마포구 아현산업정보학교의 성악실 또는 합주실에서 목이 터져라 노래를 하는 ‘입시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박 군은 가수가 되고 싶어 지난해 9월 경남 남해군의 남해제일고에서 서울 오산고로 전학했고, 그해 11월 서울의 고교 2학년생만 지원할 수 있는 ‘고3 전용 직업학교’인 아현산정교 실용음악과에 6 대 1의 경쟁을 뚫고 합격했다.

“서울예대 실용음악과가 목표인데 보컬 부문은 경쟁률이 100 대 1이 넘는다지만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자신 있습니다.”

이 학교 이보경(李寶卿) 교사는 “박 군처럼 매년 3∼5명이 우리 학교에 오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의 학교로 전학하고 있으며 입학생 중에는 전교 1, 2등을 다투던 애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나 리라컴퓨터고, 서서울생활과학고 등 실업계 고교의 ‘실용음악과’가 요즘 중고교생들에게 ‘선망의 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이 학교들에 입시 방법을 묻는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많은 중고교생들이 ‘현장 견학’을 하고 있다.

1998년 아현산정교를 시작으로 2000년과 이듬해 두 실업계 고교가 과를 만들 때만 해도 정원을 채우기 힘들었지만 지난해 아현산정교가 3.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인기 과로 변신했다.

또 초창기 입시 때에는 학생들이 부모 몰래 원서를 냈다가 “우리 아이를 ‘딴따라’시킬 수 없다”는 부모와 갈등을 빚는 일이 일어났지만 요즘에는 입시 결과 발표 뒤 “왜 우리 아이가 떨어졌느냐”며 항의하는 일이 빈번하다.

리라컴퓨터고의 양승정(梁承政) 교사는 “처음에는 중학교 성적이 최하위권인 학생만 입학했는데 이들이 자신의 특기를 살려 열심히 공부하는 과정이 알려지면서 지금은 반에서 15등 안에는 들어야 입학할 수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소개했다.

이 학과가 각광을 받는 것은 무엇보다 교과 목표나 내용이 청소년의 취향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많은 중고교생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지원한다. 학교에서는 수시로 인기 연예인을 초청해 특별수업을 하고 학생들은 각종 공연 및 밴드 경연대회 등을 통해 ‘복습’한다.

이들 학교에서 스타들을 배출하고 있고 대학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점도 인기의 촉매가 되고 있다. 박효신, 휘성, 환희, 김범수 등 스타들이 실용음악과 출신이며 지난해 아현산정교에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음대에 2명을 특별장학생으로 입학시켰다.

문화평론가 김종휘(金種輝) 씨는 이 학과의 인기와 관련해 “‘한류’의 영향으로 대중문화 산업이 활성화돼 관련 직업이 많아지고 대학에도 관련 학과가 생기는 등 고교 졸업 후 진로가 다양해졌다는 인식이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에게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성주 기자 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