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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테이프 압수]“PK서 反DJ정서 극복하면 盧후보 당선”

입력 | 2005-09-27 03:08:00


2002년 11월 28일 당시 한나라당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이 공개한 A4 용지 27장 분량의 문건에는 국가정보원이 여야 정치인과 언론사 사장, 일선 기자, 기업인 등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도청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도청 시기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2002년 3월 8일부터 28일까지. 이른바 ‘노풍(盧風)’이 불면서 노무현(盧武鉉) 경선후보가 뜰 때였다. 실제 노 후보의 이름이 도청 자료 곳곳에서 등장했다.

이 문건에는 당시 정권 핵심인사가 모 방송사 사장에게 노 후보 지원을 요청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인사가 3월 23일 방송사 사장에게 ‘노무현 후보가 PK(부산·경남)지역에서 반(反)DJ(김대중 전 대통령) 정서만 극복한다면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다’며 지원을 요청한 내용이다.

이에 방송사 사장이 ‘(노 후보가 좌파 성향을 보여 우익이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노 후보가 가장 말을 잘 듣는 김원기(현 국회의장)를 통해 노 후보를 중도 또는 우파로 돌려야 한다’는 반응을 나타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검찰이 26일 압수했다고 밝힌 도청 테이프에는 김 총장이 공개한 도청 문건의 일부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국정원의 도청 자체뿐만 아니라 그 내용에도 새롭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총장은 당시 “국정원의 내부 자료를 입수했다. 구체적인 입수 경로는 내부 고발자 보호를 위해 밝힐 수 없다”고 밝혔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정형근(鄭亨根) 의원이 ‘배후’로 지목됐다.

정보통인 정 의원이 국정원 측에서 자료를 입수해 몇 달간 보관해 오다 노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후보와의 전격적인 단일화 성사 후 ‘제2의 노풍’이 불 조짐이 일자 문건을 폭로하도록 했다는 것.

그러나 정 의원은 “그 문건은 나와 상관이 없다”고 주장해 왔고, 김 총장도 출처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끝내 출처는 드러나지 않았고 대선이 끝난 뒤 도청 공방도 유야무야 됐다.

하지만 그 이후 국정원에서는 “우리가 도청한 게 맞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26일 “한나라당이 폭로한 도청 문건은 국정원 문서 양식과 활자체는 다르지만 내용은 맞았다. 누군가 도청 자료를 메모한 뒤 문건으로 작성해 한나라당으로 넘겨줬거나 한나라당이 국정원 직원에게서 메모를 넘겨받아 다시 편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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