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태반 87% 산모 동의없이 의약품·화장품 원료로

입력 | 2005-09-23 11:40:00


최근 5년간 산모의 동의 없이 전체 분만 태반의 87%가 의약품과 화장품의 원료로 재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3일 식약청이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올 6월까지 산모 동의 없이 무려 172만2215개의 태반이 의약품과 화장품 원료로 재활용됐다.

현재 태반으로 의약품 원료를 생산하는 국내 제약회사는 H사와 D사 두 곳으로, 태반의 말린 형태인 자하거는 2001년 이후로 H사에서 28만6196개, D사에서 52만3020개가 생산됐다. 자양강강제 자하거엑스는 H사가 4953리터, D사가 480리터를 각각 생산했다.

이밖에 자하거가수분해물과 융모조직미분발, 융모조직가수분해물 등 태반을 활용한 원료도 다량 생산됐다. 이 물질들은 화장품, 영양크림, 비누의 원료로 쓰인다.

이 기간 중 식약청은 H사에 4차례 점검을 실시해 적합하다고 판정했고, D사에도 4차례 점검에 나서 확인시험과 검사 미실시를 이유로 3차례 행정처분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태반은 B형간염(HBV), C형간염(HCV), 후천성면역결핍증(AIDS)과 매독균과 같은 성병 감염 등 안전성의 문제 때문에 일본 등지에서는 특정생물유래제품으로 지정해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도 ‘수혈자선정기준’을 통과한 건강한 사람의 태반만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태반을 ‘폐기물관리법’상에 감염성 폐기물로 분류해 관리하고는 있으나 의약품 등에 재활용 할 경우에 대해서는 별다른 기준이 없는 상태다.

박재완 의원은 “모든 태반은 먼저 산모의 동의를 받은 후에 사용가능토록 해야 하고 안전성도 보장돼야 한다”며 “특히 인육의 일종인 태반을 그대로 건조해 외견상 혐오감을 주는 자하거는 국가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유통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