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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회사가 웬 프로농구팀” KT&G공격적 마케팅 논란

입력 | 2005-09-21 03:10:00



《국내의 독점적 담배 제조판매 회사인 KT&G가 20일 프로농구단을 공식 출범시켰다. 지난달 안양 SBS를 27억 원에 인수했던 KT&G는 이날 안양 KT&G 카이츠(Kites·연 또는 솔개)라는 구단명과 새 엠블럼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금연단체인 사단법인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담배회사의 프로 스포츠 구단 소유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면서 “청소년에게 인기 있는 프로농구를 이용해 청소년층의 흡연을 조장하는 판촉 행위”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공격적인 ‘영업 외 마케팅’=2003년 민영화 이후 KT&G는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노력을 해 왔다. 이를 위한 방법이 스포츠 지원 활동과 이미지 광고.

아마추어 종목으로 남자 탁구, 여자 배구, 여자 배드민턴, 여자 역도 등 4개 팀을 보유한 KT&G는 올해 초 프로배구의 타이틀 스폰서(KT&G 2005 V리그)를 맡은 데 이어 프로농구단까지 인수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TV를 통한 이미지 광고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담배회사는 담배사업법상 TV와 신문에서 제품 광고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 이미지 광고 전략을 썼다.

2003년부터 TV 광고 ‘상상예찬’ 시리즈를 내보냈고 지난해 말부터는 영화 배우 조승우 씨를 이 시리즈에 등장시켜 히트를 쳤다.

꾸준한 마케팅 결과 2003년 4월 29%에 불과하던 KT&G의 기업 인지도는 올해 4월 74%까지 치솟았다.

▽판매량은 감소세=20일 보건복지부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흡연율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9월 현재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50.3%. 지난해 9월(57.8%)에 비해 7.5%포인트 감소했다.

KT&G의 올해 상반기(1∼6월) 담배 판매량도 245억5400만 개비로 지난해 같은 기간(380억1400만 개비)보다 35% 줄었다. 지난해 담뱃값 인상을 앞둔 가수요가 많았음을 감안해도 감소 폭이 의외로 컸다.

이 때문에 금연단체들은 KT&G가 담뱃값 인상과 금연 확산으로 위기에 몰리자 프로 스포츠 구단 인수와 기업 이미지 광고를 판매 촉진의 돌파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프로농구단 운영을 둘러싼 논란=세계보건기구(WHO)가 2003년 만든 담배 규제를 위한 국제협약(FCTC)에서는 담배 관련 광고, 판촉, 후원을 규제하고 있다. 한국도 올해 5월 16일 이를 비준하고, 8월 14일부터 발효돼 국내 관련 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 유럽연합(EU)도 8월 1일부터 담배회사의 스포츠 후원을 전면 금지시켰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최진숙(崔珍淑) 사무총장은 “KT&G의 프로농구단 운영은 청소년과 여성 등 잠재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의미”라며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G 최정원(崔正圓) 홍보실장은 “KT&G는 영진약품, 인삼공사 등 7개 계열사를 갖고 있으며 담배회사는 계열사 중 하나일 뿐”이라며 “스포츠 구단 운영은 이익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복지부는 “현행법에는 담배회사의 스포츠 구단 운영에 대한 규제 조항이 없어 관련법 개정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