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평화박물관 건립위해 뉴욕 링컨센터서 공연하는 가수 홍순관씨

입력 | 2005-09-20 03:04:00


“오랜 세월 비바람을 겪은 나무가 명기(名器)가 될 수 있다죠. 55년 분단의 아픔과 전쟁의 후유증, 독재의 질곡을 꿋꿋이 이겨온 한반도는 이미 평화를 노래할 수 있는 최고의 악기가 되어 있습니다.”

분단의 현장인 비무장지대(DMZ)에 ‘평화박물관’을 짓기 위해 세계 각지를 돌며 모금 공연을 펼치고 있는 가수 홍순관(43·사진) 씨. 다음 달 11일에는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춤추는 평화’ 공연을 갖는다.

100억 원을 목표로 기금을 조성중인 평화박물관은 전 세계 사람들이 평화의 의미를 함께 새기며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 되고자 한다. 공연장, 영화관, 역사자료관, 세미나실, 연수시설 등을 만들 계획이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할머니 두 분이 내놓은 유산 7000만 원을 종자돈으로 2003년 ‘평화박물관 건립운동 추진위원회’(상임대표 이해동·www.peacemuseum.or.kr)가 발족됐다.

홍 씨는 “일본 히로시마 평화박물관은 전쟁의 피해자 이미지만 심어줄 뿐 전쟁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없다”며 “DMZ에 평화박물관이 세워지면 지구촌의 아티스트, 평화주의자들이 모여 함께 평화를 노래하고, 체험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씨의 기금 모금 공연은 올해 1월 17일 마틴 루서 킹 목사의 고향인 미 애틀랜타에서 시작됐다. 이후 워싱턴DC,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내 36개 도시의 대학, 교회 등에서 혼자서 기타 반주에 맞춰 ‘살렘알레이쿰’(당신에게 평화를), ‘둥근 평화’, ‘쿰바야’(흑인 영가) 등의 노래를 불러왔다.

앞으로도 유럽, 중국, 일본, 한국까지 이어지는 대장정을 펼칠 예정이다. 이번 뉴욕 링컨센터 공연에서는 퓨전 국악 그룹 ‘그림(The林)’이 함께 출연해 ‘숲’ ‘아침 풍경’ 등 국악을 현대적 감각에 맞춰 작곡한 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이 공연은 뉴욕 한국문화원이 후원했으며 각국의 외교사절도 대거 초청했다.

1986년부터 가스펠 가수로 활동해온 홍 씨는 국악, 뮤지컬, 동요, 시노래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해왔으며, 무대기획가로도 활동했다. 현재는 가수 안치환, 시인 김용택 등과 함께 시노래 모임 ‘나팔꽃’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기타 하나 메고 100억 원을 모금하겠다고 나섰으니 무모해 보일 겁니다. 그러나 세월을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 사람들의 마음 속 불씨를 댕길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