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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김인주 사장소환]檢, 도청테이프 ‘내용’ 손대나

입력 | 2005-09-07 03:04:00

삼성 김인주사장자료사진 동아일보


도청 테이프 내용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 착수인가, 아니면 제한적 수준의 고발 사건 조사인가.

검찰이 도청 테이프 내용과 관련한 참여연대의 고발 사건 수사에서 ‘침묵’을 깼다.

1997년 대선 당시 삼성그룹 회장비서실에서 재무팀장으로 재직하는 등 삼성의 자금 업무 전반을 총괄해 온 김인주(金仁宙) 사장을 6일 소환해 조사한 것이다.

이를 두고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도청 테이프에 나오는 삼성 관련 비리 의혹에 대해 깊숙이 손을 대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의 2인자로 불리는 이학수(李鶴洙)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을 지난달 소환 조사한 검찰이 한 달간이나 뜸을 들이다 김 사장을 전격 소환한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지난 한 달간 검찰이 시간만 보낸 게 아니라 본격적인 수사에 앞서 갖가지 준비 작업에 몰두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주요 인사가 갑자기 소환됐다는 것을 본격적인 수사 착수로 연결짓는 것은 도청 테이프 내용 수사가 가진 여러 가지 문제점이나 한계를 고려할 때 무리라는 시각이 많다.

검찰에서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인 도청 테이프 자체와 이 내용에서 파생된 단서를 수사의 단서로 활용할 수 없다는 법리와 수사의 단초로 삼을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아직까지 명쾌하게 정리되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이 같은 법리적 문제를 피해서 수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황교안(黃敎安) 2차장이 “나름대로 검토한 바가 있으나 지금 밝힐 수는 없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검찰은 도청 테이프를 수사에 참고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논란의 소지를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종의 우회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1997년 대선 당시 삼성그룹의 불법자금 제공 단서로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정황이나 관련자 진술, 계좌추적 결과 등을 이용해 수사하는 전략이다.

돌아가는 길이지만 일단 수사의 통로가 확보된 만큼 검찰은 앞으로 홍석현(洪錫炫) 전 중앙일보 회장 등 피고발인과 주요 참고인에 대한 소환 조사를 계속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계속된다고 해도 이것이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에 대한 압수수색 등을 포함한 ‘본격 수사’로 곧바로 이어질 가능성이 현재로선 그리 높지 않다는 시각도 많다.

하지만 주임검사를 포함한 수사팀은 삼성에 대해 수사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수사에서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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