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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새 대법원장에 50세 존 로버츠 지명

입력 | 2005-09-06 03:06:00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5일 연방대법원장으로 지명한 존 로버츠 연방 항소법원판사는 50세에 불과하다. 그가 대법원장이 되면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때 임명된 1대 존 제이, 4대 존 마셜 대법원장 이후 가장 젊은 나이에 미국 사법부의 최고 자리에 오르는 셈이다. 제이 대법원장은 44세에, 마셜 대법원장은 46세에 각각 대법원장이 됐다.

비교적 근래에 대법원장이 된 14대 얼 워런, 15대 워런 버거, 16대 윌리엄 렌퀴스트 등은 모두 62세에 대법원장이 돼 로버츠 내정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령이었다. 대법원장과 대법원 판사는 모두 종신직이다. 로버츠 판사가 대법원장이 될 경우 평균수명을 감안하면 25∼30년가량 대법원장직에 머물게 된다. 미국은 2030년이나 2035년에 가야 새로운 대법원장을 보게 된다는 얘기다.

로버츠 판사는 대법원 판사가 아닌 상태에서 대법원장에 지명됐다. 이것은 이례적이지는 않은 일이다. 대통령은 반드시 대법원 판사 중에서 대법원장을 지명할 의무가 없다. 그동안 대법원장이 대법원 판사 중에서 임명된 경우보다 대법원 판사가 아닌 사람 중에서 임명된 경우가 더 많았다. 작고한 렌퀴스트 대법원장까지 16명의 대법원장 중 대법원 판사였다가 대법원장이된 경우는 9대 에드워드 화이트, 12대 할런 스톤, 16대 렌퀴스트 대법원장 등 3명에 불과했다.

부시 대통령이 대법원장 후보를 이례적으로 신속히 지명한 것은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정치적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 측은 연방대법원 판사의 임기가 새로 시작되는 10월 3일 전까지 로버츠 지명자가 임명되지 않으면 대법원 판사 자리 2개가 공석이 되기 때문에 신속한 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법원장이나 대법원 판사의 임기는 형식상 매년 10월 첫 번째 월요일에 시작한다. 올해는 10월 첫번째 월요일이 10월 3일이다. 7월 사퇴한 샌드라 데이 오코너 판사는 10월 3일 전까지는 대법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이때까지 새로운 대법원 판사나 대법원장이 임명되지 않으면 대법원은 단지 7명으로만 구성된다. 그리고 대법원 판사의 성향도 3(보수) 대4(진보)로 돼 판결을 내리는 상황이 오게 된다. 부시 대통령은 이를 우려해 상원에 로버츠 내정자에 대한 인준을 10월 3일까지 통과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로버츠 내정자는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그가 대법원장이 될 경우 대법원 판사의 성향은 4(보수) 대 4(진보)가 된다. 오코너 판사의 후임도 곧 결정될 것이고 대통령은 대개 자신과 같은 성향의 대법원 판사를 임명하기 때문에 대법원의 구성은 5(보수) 대 4(진보), 혹은 4(보수) 대 1(중도) 대 4(진보)가 될 전망이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존 로버츠는 누구▼

존 로버츠는 누구인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유수의 언론들은 당초 6일로 예정된 존 로버츠 내정자의 상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한 달 넘게 로버츠 내정자의 모든 것을 뒤졌다.

1955년 뉴욕 주 버펄로에서 태어난 그는 가톨릭 집안에서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민권운동으로 정치적 격변을 겪던 1969년 로버츠는 가톨릭계 기숙학교인 라 뤼미에르 고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정치와는 격리된 고교시절을 보냈다.

그는 1973년 하버드대에 입학했을 때 갑자기 리버럴한 환경에 놓였지만 그는 이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았다.

학부시절 3년간 룸메이트였던 밥 부시 씨는 “대학은 그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며 “그의 관심 취향 세계관은 대부분 대학에 들어오기 전에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쿨 시절 그와 늘 점심을 같이했던 도널드 세러 씨는 “그는 대부분의 학생들보다 더 보수적이었고, 교수보다도 더 보수적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1980년 워싱턴으로 가서 작고한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의 연방대법원 판사 시절 서기(법률조수)가 되면서 조금씩 견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1981∼1982년 로널드 레이건 정부하에서 윌리엄 스미스 법무장관의 참모로 일했고 1986년까지 프레드 필딩 백악관 법률고문의 참모로 일했다.

1986∼89년, 1993∼2003년 워싱턴에 있는 로펌 ‘호건 앤드 하트슨’에서 민간 변호사로 일한 때를 빼고 1989∼93년 조지 부시 대통령하에서 정부가 관련된 대법원 소송의 일을 맡았다. 2003년 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워싱턴 관할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임명됐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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