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본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한국 기업의 2배 수준으로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두 나라의 경쟁력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24일 펴낸 ‘일본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주요 기업들은 올해 설비투자를 작년보다 11.6% 늘릴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 전망한 한국 기업의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은 6.3%로 일본 기업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설비투자는 1991년 8.2% 증가에서 1992년 7.4%의 마이너스 성장을 한 후 1995∼96년과 2000년 경기 회복기를 제외하고는 계속 감소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지난해 1.7%의 증가세로 돌아선 뒤 올해는 ‘거품 경기’ 붕괴 후 최고치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책투자은행이 6월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설비투자 동향을 조사한 결과 제조업의 작년 대비 설비투자 증가율은 19.8%, 비(非)제조업은 6.9%로 전망됐다.
특히 제조업에서는 자동차 생산 능력 확대, 평면 디스플레이 증산 관련 투자가 주를 이뤘다. 3세대 휴대전화와 광(光)섬유망 증설 등을 위한 투자도 많았다.
일본 기업들은 해외 투자도 크게 늘리고 있어 전년 대비 해외 투자 증가율이 지난해 14.5%에서 올해에는 18.1%로 높아질 전망이다.
KIEP 세계지역연구센터 정성춘(鄭成春) 일본팀장은 “일본 기업들이 한국과의 경쟁이 치열한 조립·가공형 사업의 신제품 개발, 제품 고도화 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 경쟁력에서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