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귀가하는 아빠를 기다리다 잠이 든 세 아들과 아내 등 일가족 4명이 화재로 숨졌다.
18일 오후 11시경 대전 중구 문화동 곽모(72·여) 씨의 한옥 기와집에서 불이 나 잠자던 세입자 김모(34·여·주부) 씨와 10세(초등 4년), 8세(초등 2년), 4세인 아들 3명이 모두 숨졌다.
화재 현장을 목격한 이웃 주민 박모 씨는 “한밤중에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들려 나가 보니 김 씨의 집이 연기와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발견 당시 김 씨는 막내아들을 품에 안고 거실에서 숨져 있었으며 큰아들과 둘째 아들은 방문과 현관 앞에서 각각 발견돼 필사적으로 탈출하려던 당시의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날 귀가가 늦어 화를 피한 택배회사 직원인 남편 장모(35) 씨는 “나만 살아서 뭐 하느냐”고 통곡했다.
장 씨의 동생(34)은 “형이 세 아들을 키우느라 밤낮없이 일만 했고 형수도 얼마 전까지 보험회사에 다니며 돈을 보탰다”며 “한 달에 200여만 원의 돈을 벌어 연립주택을 마련했으나 재건축이 늦어지는 데다 전세 만기일이 안 돼 그대로 살던 중이었다”며 침통해 했다.
주변 이웃들은 “장 씨 부부는 집안에서 큰소리 한 번 내지 않을 정도로 금실이 좋은 것 같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불이 난 집은 지은 지 25년이 넘은 데다 최근에도 누전차단기가 작동되는 일이 있었다는 남편 장 씨의 말에 따라 누전 등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화재 원인 분석을 의뢰했다.
불이 난 집의 안방 문 앞에 선풍기가 있었던 것으로 미뤄 선풍기 과열에 의한 사고인지도 조사 중이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