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불법 도청 테이프 공개를 다룰 특별법 제정을 밀어붙이고 있으나 4일 본보 조사 결과 열린우리당 내 율사 출신 의원들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도 특별법의 ‘제3의 민간기구’(가칭 진실위원회) 구성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의장의 신중론=김 의장은 3일 민주노동당 천영세(千永世) 의원단대표 등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테이프 공개 문제를 민간기구에 맡기는 것은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고 민노당 측 한 참석자가 전했다.
김 의장은 도청 자료의 공개에 대해서는 “전면 공개 주장도 충분히 일리가 있지만 불법 자료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무효라는 주장도 있는 만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기만(金基萬) 국회의장 공보수석은 “김 의장이 사견임을 강조하며 비공개를 당부했는데, 민노당 측이 약속을 깼다”고 말했다.
▽여당도 찬반 엇갈려=열린우리당 내 율사출신 의원 총 16명 중 연락이 닿은 13명 전원에게 특별법 등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특별법에 찬성한 의원은 6명이었고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는 의원은 5명이었다. 2명은 잘모르겠다거나 중립적인 태도를 보였다.
찬성 측은 불법 자료이긴 하지만 공익이 우선한다는 논리를 폈다. 문병호(文炳浩) 의원 등은 “헌법에 사생활 보호나 통신비밀 조항이 있지만 사생활 영역에 국한된 것이다.
위법성 조각사유, 즉 진실로서 공공이익에 부합할 경우 공개할 수 있다”고 했다.
법의 영역을 정치로 끌어 올 경우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반대론도 적지 않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열린우리당 간사인 우윤근(禹潤根) 의원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사생활 보호를 가장 우선시한다”고 했고, 이상민(李相珉) 의원은 “불법으로 취득된 정보는 알 권리냐 사생활 보호냐의 논란 대상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위헌 소지=법조계에선 도청 테이프 공개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다수다.
대한변호사협회 하창우(河昌佑) 공보이사는 “불법 도청 테이프 검증은 일종의 수사행위인데 수사기관이 아닌 민간기구가 수사행위를 하는 것은 헌법의 권력분립 원칙에 어긋나며 과거 사건을 가지고 현재 특별법을 만들어 공개하는 것도 헌법상 소급입법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출신인 황도수(黃道洙) 변호사
는 “특별법이 사생활 비밀과 통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므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말했다.
테이프 내용 공개 및 특별법 제정에 대한 율사 출신 與의원들 입장 (○: 긍정 ×: 부정 ―: 중립)의원입장언급 내용문병호○법 원칙상 ‘내용 공개 불가’가 맞지만 공익에 부합될 경우에 한해 공개할 수 있다.신기남○검찰에 법 위반(테이프 내용 공개)을 강요할 수 없으나 진실 규명을 위해 제3의 위원회가 필요하다.양승조○의혹이 남지 않도록 공개하려면 전면 공개해야 한다. 우윤근×국민 정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헌법에 보장된 사생활 보호를 지켜야 한다.이상경×검찰이 수사하면 자연스럽게 범죄 사실은 공개될 것이다.
이상민×불법 도청 자료를 증거로 쓸 수 없다. 이는 헌법정신에도 위반된다.이원영○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공개해야 하며, 그러려면 특별법을 통한 근거 규정이 필요하다.이종걸○사회적 공론을 거쳐 공개 정도를 결정하자는 것으로, 근거 마련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임종인―잘 모르겠다. 국가정보원, 검찰, 특별검사 선에서 수사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정 안 되면 제3의 기구에서 해야 한다.
정성호×불법 자료를 다 공개하는 것은 곤란하다. 당략적으로 임해서는 안 된다.조성래×헌법정신과 맞지 않는 법이 생기면 법 상호 간 충돌 여지가 있다.최용규―아직 입장 정리를 못했다.최재천○현행법상으로도 공개 가능하나 위법 논란을 명확히 정리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총 16명 중 13명의 의견(3명은 외유 중이거나 연락이 닿지 않음).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