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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기업 10 이렇게 뚫는다]POSCO

입력 | 2005-07-21 03:10:00

포스코는 글로벌 무한경쟁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창의력과 어학, 정보기술(IT) 능력을 지닌 인재를 원한다. 올해 신입사원들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제공 포스코


포스코는 대한민국 대표기업 가운데 하나다.

이 회사는 올해 2분기(4∼6월) 영업이익 1조7281억 원으로 삼성전자(1조6496억 원)를 제치고 분기 영업이익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지난달 22일에는 인도 오리사 주 정부와 일관제철소 건설과 광산개발을 위해 총 120억 달러(약 12조 원)를 투자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프로젝트는 국내기업의 해외 투자 규모로는 가장 큰 것이다.

연말에는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 일본 도쿄 증시에 상장한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포스코의 현재 모습들이다.

○누구를 얼마나 뽑나

포스코는 지난해 대졸 급 사원 150명, 고졸 급 사원 220명을 뽑았다. 대졸 급은 4년제 대졸 이상, 고졸 급은 고졸 및 전문대 졸업자를 말한다.

올해 대졸 급 채용은 현재 진행 중이다. 20일 최종면접을 치렀고 다음 주 최종합격자를 발표한다. 약 140명 수준이 될 전망이다.

고졸 급은 금속기계 화공 전기전자 등의 전문 자격증 소지자를 우대하며 서류전형과 인성검사, 면접을 통해 뽑는다. 서류전형 시 토익점수 제출은 없다.

대졸 급 공채에서 공대와 인문대 비율은 7 대 3 정도이며 신입사원들은 포항제철소, 서울 포스코센터, 광양제철소에 각각 50%, 30%, 20%의 비율로 배치된다.

1년에 한차례 5월 말 공채를 통해 신입사원을 뽑으며 채용 시 졸업자보다 2월과 8월 학사 및 석사 학위 취득 예정자(졸업예정자)들을 우대한다.

석사는 입사할 때 호봉 및 승진 조건에서 석사 기간을 인정해 준다. 2년의 석사기간이면 2호봉 올라가고 승진도 학사보다 2년 빠르다.

공채 외에 미국과 유럽 등 해외유학 석·박사를 대상으로 하는 해외 전문 인력은 수시로 선발하며 이때 채용과정은 서류전형과 현지 인터뷰로 간소한 편이다.


○옥석을 가려라

포스코 대졸 급의 입사는 아주 힘들다. 이제껏 시리즈에 연재됐던 기업들 가운데 가장 입사절차가 까다로웠다.

이 회사는 구조적 선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구조적 선발은 체계적 평가 기준을 정해진 절차에 따라 활용해 평가자 간 차이를 최소화함으로써 신입사원 선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목적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전형절차는 크게 서류전형-인성검사-직무역량검사-적합성평가로 나뉜다.

서류전형을 통과하려면 토익점수에서 사무직은 800점, 기술직은 730점 이상이어야 하며 대학 성적이 100점 만점에 85점 이상이어야 한다.

인성검사는 한국행동과학연구소에서 만든 345개 문항을 시간제한 없이 푸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략 40분 정도 걸린다.

직무역량평가는 프레젠테이션, 그룹토의, 전공의 전문성, 영어구술시험 등 4단계로 나뉜다. 프레젠테이션에선 노트북PC와 문제해결을 위한 주제를 주고 1시간 이내에 문제해결 방안을 파워포인트로 작성해 발표하게 한다. 여기선 문제해결 능력과 정보기술(IT) 능력을 평가한다.

그룹토의는 8∼10명 단위로 조를 편성해 특정 주제에 대해 1시간 동안 토론한다. 다른 사람을 제치고 발언을 너무 많이 한다든지, 억지로 결론을 이끌어 내면 감점요인이 된다.

‘스페셜리 테스트’로 불리는 전공의 전문성 체크는 실무팀장으로 구성된 면접관들로부터 전공지식 등 현업 근무 적응성에 대한 평가를 받는 것이다.

영어구술시험에선 사내 외국인 강사를 상대로 약 8분간 개별 인터뷰를 해야 한다. 토익 점수가 높아도 실전 영어가 안 되는 지원자들은 탈락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 단계인 적합성 평가는 임원을 상대로 한 최종 면접을 말한다.

이처럼 까다로운 입사전형 방식을 도입한 데 대해 포스코 인사팀은 “예전엔 서류와 면접으로 뽑았지만 경영층에서 ‘10∼15분의 면접만으로 당락을 결정하는 건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어떤 사람을 뽑더라도 업무수행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단계를 거치자는 의견에 따라 2003년부터 구조적 선발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사후 관리도 철저

이처럼 까다롭게 뽑은 소중한 인재들을 위해 포스코는 신입사원을 관리하는 ‘케어링 프로그램(Caring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5월 말부터 시작되는 입사 전형 과정은 7월에 끝나 최종 합격자가 가려진다. 8월 졸업 예정자들은 졸업 후 바로 입사하면 되지만 이듬해 2월 졸업예정자들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런 예비 포스코인에게 소속감을 심어주고 회사가 확보한 우수 인력이 다른 곳으로 이탈하지 못하도록 케어링 프로그램을 통해 밀착 관리하고 있는 것.

10월 포스코센터 아트홀에서 열리는 ‘해설이 있는 음악회’는 유명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초청해 공연을 즐기고 지휘자의 특강도 들을 수 있는 이벤트.

또 회사제품과 6시그마 혁신활동의 기본개념을 이해시키기 위해 10∼11월에 인터넷을 이용한 포스코 사이버 강좌를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이 밖에 1박 2일짜리 포스코 멤버십트레이닝(MT)과 선배와의 대화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또 포스코신문, 생일축하메일, 연말 연하카드 및 회사 캘린더를 발송하는 등 신입사원의 유대관계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새내기 광양제철소 생산관제과 홍일점 문선미▼

포스코의 신입사원 문선미(26·사진) 씨.

그는 광양제철소 공정출하부 생산관제과 직원 43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다. 공정출하부 생산관제과는 고로에서 쇳물이 나와 제품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통제하는 곳. 공항의 관제탑과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새내기인 문 씨는 이곳에서 일한 지 7개월 됐다. 업무를 배우는 과정이어서 퇴근시간은 오후 10시를 넘기기 일쑤다.

“신입사원은 처음부터 새로 배워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죠. 하지만 선배님들이 많이 도와줘서 덜 힘들어요. 사회생활은 나쁜 상사 만나면 더 힘들다고 하잖아요. 여자가 저 혼자인 점만 빼면 모든 게 만족스럽습니다.”

그는 전북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금속공학을 전공한 석사 출신. 금속공학을 전공하는 여학생이 많지 않아 학교에 다닐 때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다고 한다. 대학원 졸업할 때도 15명 가운데 여학생은 문 씨 혼자였다고.

학교에 다니면서 그가 품은 꿈은 포스코 입사였다.

“제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이잖아요. 선망의 대상인 데다 전공을 살리기 위해 반드시 포스코에 입사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는 포스코가 어학능력을 중요시한다는 얘기를 듣고 2002년 11월부터 약 8개월간 홀로 호주 멜버른으로 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영어를 익혔다.

한국인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고, 한 물류회사 창고에서는 포장 일을 했다. 잠은 여행자 숙소에서 해결했다.

“문방구에서 판매 일을 하면서 영어가 많이 늘었어요. 사람들에게 물건을 팔고 제품을 설명하면서 영어가 쑥쑥 늘더라고요.” 호주에서의 경험은 910점대의 토익 점수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지난해 포스코에 지원할 때 ‘과연 여자가 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당당히 합격자 명단에 들었다. 150명의 신입사원 가운데 여성은 10여 명 정도였다.

그의 포부는 해외 사무소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다.

“일단 회사 안에서 ‘이 사람 아니면 안 된다’고 할 정도로 인정받고 싶고 기회가 되면 해외에 나가 견문을 넓히고 싶습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