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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스인훙]中 견제 수위 높여가는 미국

입력 | 2005-07-15 03:10:00


중국과 미국 관계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복잡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파동(波動)을 겪더라도 그 변동 폭은 제한적이었다. “중-미 관계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는 말은 오랫동안의 속설이었다.

현재 중-미 관계에 또 한 차례 파동이 일고 있다. 지난해 가을 당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중-미 관계는 30년래 가장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으나 지금은 양국 관계가 뚜렷한 긴장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중-미 관계에는 경제적 상호의존, 안보 문제의 선택적 협력, 정치와 외교문제의 이견, 전략적 경쟁이라는 4개 주요 영역이 있다. 현재 이들 영역의 모순과 긴장 정도가 명확해지고 있다.

미국은 대만 문제를 미일 공동전략목표로 설정하고 유럽연합(EU)의 대중 무기금수 해제를 극력 반대했으며 최근 수개월간 중국 군사위협론을 빈번하게 제기하는 한편 중국에 ‘무역 전쟁’에 가까운 경제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도 최근 중국 지도자들의 국내정치 처리방식에 대한 ‘깊은 실망’과 신랄한 비판 기사를 잇달아 싣고 있다.

현재의 파동도 대체로 제한된 폭에서 움직인다는 종전 모델을 닮고 있다. 그러나 그 기저엔 과거에 비해 더욱 근본적인 함의(含意)가 깔려 있다. 초강대국(미국)이 신흥강국(중국)의 급속한 부상에 대해 우려, 경계, 저항하는 심리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으며 이를 저지하겠다는 근본적이고 전략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미국의 최근 중국에 대한 말과 행동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정책결정자들의 중국 군사력 증강에 대한 발언 수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파월 전 국무장관은 지난해 12월 미국은 중국의 군사 현대화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를 우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수년간 미국의 중국 군사력에 대한 평가를 대변한 것이었으나 파월 전 장관의 발언을 끝으로 중국 군사위협론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2월 중국 해군력 증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이는 대만 해협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3월 포터 고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중국 군사력 증강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군에 위협이 된다고 상원에 보고했다.

특히 럼즈펠드 장관은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명확히 밝혔다. 그의 발언에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동조했고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최근 중-미 관계에는 대단히 중요하고도 불길한 전조(前兆)가 감도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양국 간의 중장기적인 ‘구조적 모순’은 종전에 비해 보다 강렬해지고 있다. 중국 경제가 고도성장을 거듭함에 따라 정치, 외교적 영향력이 신속하게 증가되고 있으며 군사 현대화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은 중국에 대한 전략적, 군사적 대비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느끼고 있다. 중국의 군사력 신장은 미국 전략가와 신보수파들에게 두드러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미국에 가장 중요한 전략 자산인 ‘절대적인 군사 우위’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향후 중미 관계를 규정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며 점차 강대국 간의 경쟁 관계라는 전략적 색채를 띠게 될 것이다.

스인훙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