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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권문용]고급 뉴타운 지어 강남수요 분산을

입력 | 2005-07-05 03:05:00


중국 요순시대 나라의 가장 큰일은 황허 물이 넘쳐 큰 홍수가 나지 않도록 막는 것이었다. 요임금은 제방을 쌓아 물이 넘치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강의 수면 높이가 주변 땅보다 높다 보니 한쪽 제방을 막아도 반대편 강둑이 터져 홍수를 피할 길이 없었다. 순임금은 제방을 헐어 물이 땅의 낮은 곳으로 흐르게 했다. 그 결과 홍수 피해는 줄어들고 농산물 수확이 몇 배 증가했다.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세금을 무겁게 매기는 정책은 바로 강의 수면 높이가 주변 땅보다 높은데도 둑만 높이 쌓아 홍수를 막겠다는 생각이나 마찬가지다. 강남에서 중대형 아파트를 팔면 2억 원이 넘는 양도소득세를 물게 된다. 결국 무거운 세금으로 인해 매물이 확 줄어들었고, 파는 사람은 그 세금을 가격에 전가해 집값이 크게 뛰었다.

정부의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정책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 유동인구가 300만 명인 서울 강남의 교통상황은 날로 악화돼 신사동에서 대치동까지 8km를 자동차로 가려면 무려 1시간이나 걸린다. 여기에 판교신도시 인구까지 가세하면 강남 교통은 마비되고 도시는 질식하고 말 것이다.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우선 강남을 잊어버리자”라고 나는 제안한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강남 이외 지역에 ‘뉴타운 개발’을 통해 8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올바른 해법이다. 그러나 정말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지금의 뉴타운 개발의 개념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만 강남으로 모이는 수요를 분산하고 나아가 강남 사람들이 이사하고 싶어 하는 새로운 브랜드의 뉴타운이 건설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뉴타운을 만들자. 첫째, 뉴타운 개발은 도시 과밀화 방지를 위해 용적률은 유지하되 60∼70층의 초고층 건물 건축이 가능해야 한다. 업무시설과 상가는 물론 일류 학원까지도 건물 안에 포함시켜 건물 하나가 작은 자족도시가 될 수 있도록 만들자. 둘째, 높아진 층고만큼 건물 간의 거리를 300m 이상으로 최대한 확보해 원활한 통풍을 유도하고, 조성된 녹지공간으로 실개천이 흐르게 하는 등 ‘열(熱)섬화 현상’을 제거해 쾌적한 친환경 도시를 만들자. 셋째, 단지 내 어느 곳에서도 인터넷 통신이 가능한 두루누리(유비쿼터스) 환경을 만들어 첨단 미래도시의 정보기술(IT) 환경을 구축하도록 하자. 넷째, 건물 내에 모노레일을 통과시켜 교통문제를 효율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이런 일을 하는 데 정부 돈을 많이 쓸 필요는 없다. 규제만 풀면 된다.

꼭 덧붙일 말이 있다. 이러한 신개념 도시 건설은 강남보다는 강북, 강북보다는 지방 대도시에서 먼저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경우 전체 아파트 소유자 중 지방 거주자가 35%에 이른다. 다시 말해 강남 아파트 수요의 상당 부분이 ‘투기적 수요’라는 얘기다. 만약 현재 강남에 집중되는 고급 아파트에 대한 욕구가 서울 강북과 지방에서도 충족된다면 강남 아파트에 대한 투기적 수요도 쉽게 해소될 수 있다. 또 건설경기를 활성화함으로써 청년실업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순임금의 지혜가 아닐까.

권문용 서울 강남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