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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사, ‘거짓 자비’에 가린 범죄의 현장

입력 | 2005-06-29 03:16:00


절 앞에 버려진 13명의 어린이를 돌보는 스님으로 알려졌던 서울 은평구 불광동 수경사(修鏡寺) 승려 남모(51·여) 씨에 대해 서울 은평경찰서가 27일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28일 보강수사 뒤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토록 경찰에 지시했다.

남 씨는 2005년 1월부터 1∼3세 미아 13명을 미인가시설인 수경사에서 키우면서 아이를 뜨거운 물에 목욕시켜 화상을 입히고 벌레에 물린 아이를 방치하는 등 학대한 혐의다. 남 씨는 또 보호아동을 호주로 바꿔 호적을 새로 만든 뒤 생활보호대상자로 등록시켜 매달 1인당 27만∼31만 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아낸 혐의도 받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은평경찰서 강력4팀 관계자는 “2003, 2004년에 벌어진 학대행위와 영아 매매 가능성도 조사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를 아직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남 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독특한 육아 방식일 뿐 학대는 없었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씨의 영아 돌보기는 2002∼2005년 신문과 방송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미담 형식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25일 방송에서 남 씨가 아이들이 자는 방을 밖에서 걸어 잠그거나 뜨거운 목욕물에 담가 화상을 입히는 등의 영상을 방영하면서 남 씨의 선행에 의혹이 제기됐다.

SBS ‘그것이…’ 방영 이후 KBS MBC SBS는 남 씨의 아이 돌보기를 방영했던 프로그램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일제히 사과했으며 조선일보도 28일자 ‘기자수첩’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본보 2002년 12월 절 이름 익명으로 보도▼

본보는 2002년 12월 27일 어린이 6명을 돌보는 수경사 스님 이야기를 처음 보도했습니다. 당시 취재기자는 한 스님이 영아 4명의 예방접종을 위해 보건소를 찾았다는 얘기를 듣고 수경사를 4차례 방문해 취재한 뒤 스님의 요청에 따라 절 이름을 익명 처리해 보도했습니다. 본보 취재 당시에 아동 학대가 있었는지는 경찰 수사과정에서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본보는 시설 불량 등 아동학대가 발생할 수도 있는 잠재적 요인을 간과한 점, 선행이 지켜지고 있는지를 후속 보도하지 못한 점에 대해 독자 여러분에게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욱 철저히 사실을 확인해 보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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