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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성학대회 쏟아지는 말…말…말…

입력 | 2005-06-23 03:02:00

“위안부 할머니들 용기에 경의”세계여성학대회에 참가한 여성학자들이 22일 오후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정기 수요집회를 방문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여성들을 위해 싸워온 용기에 감사하다는 의미로 두 손을 모아 절하고 있다. 연합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승객이 되지 말고 운전석에 앉아 방향을 직접 설정해야 한다.”

거트루드 몽겔라 범아프리카의회 의장은 제9차 세계여성학대회(20∼24일·이화여대) 기조연설에서 “우리가 할 일은 연료를 다시 충전해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잡고 속도를 빨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말하기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전 세계 페미니스트들이 모인 이 대회에서는 다양하고 함축적인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1999년 루스벨트 인권상을 받은 샬럿 번치 미국 럿거스대 여성글로벌리더십센터 소장은 “여성에 대한 폭력은 ‘여성이 자기 자리를 알아야 한다’는 개념을 기반으로 한다”고 주장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여성이 옛날처럼 순종적이고 문제 제기를 하지 않으면 폭력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남성들의 주장이라는 것이 그의 지적.

그는 “여성이 이 같은 남성 중심적인 사고와 문화를 바꾸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폭력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개별적인 꽃은 예쁘지만 합하지 못하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말해 여성들의 연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군사주의와 여성주의를 접목한 학자로 잘 알려진 신시아 인로 미국 클라크대 교수는 “‘camo’( 전투복 모양의 옷을 뜻하는 ‘camouflage’의 약어) 옷을 입으면 ‘쿨하다’고 여기는 것 자체가 군사문화를 용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성들이 유행에 따라 아무 생각 없이 밀리터리 룩을 입지만 그것이 군사문화를 퍼뜨린다는 지적이다.

‘여성 폭력에 저항하는 아프리카 남성들의 연대’ 창설자인 케냐의 여성운동가 애니 와이나이나 씨는 “아프리카 여성이 남편의 외도 사실과 자신이 에이즈 위협에 노출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남편이 성관계를 요구하면 거절하지 못한다”고 소개했다.

‘개발에서의 여성권리를 위한 연합’ 대표인 캐나다 출신 조앤 커 씨는 ‘여성과 세계화’라는 발제에서 “변화는 단지 가능한 것이 아니라 불가피한 것이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미국 페미니스트 경제학계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 이론가 낸시 포브르 매사추세츠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지만 이면에는 시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돌봄 노동’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화폐 가치를 갖지 않는 가사노동이나 돌봄 노동은 ‘보이지 않는 가슴’에 의해 운영된다”고 말해 관심을 끌었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