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저희 회사로 바꾸면 최신 휴대전화를 공짜로 드립니다.” 19일 서울 종로에서 한 이동통신사 판매점 직원이 지나가던 20대 청년을 유혹했다. 청년이 “보조금 지급은 불법 아닌가요”라고 묻자 판매 직원은 “정부가 무슨 수로 일일이 단속하겠습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답했다. 청년은 휴대전화를 공짜로 준다는 말에 그 자리에서 이동통신사를 옮겼다. 본보가 20일 입수한 이동통신 3사 대리점이 일선 판매점에 내려 보낸 ‘6월 영업정책 문건’을 보면 이러한 불법 보조금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는 대리점과 판매점이 휴대전화를 출고가(정상 판매가)보다 13만 원 이상 싸게 팔면 불법 보조금으로 간주하고 과징금을 부과한다. 하지만 실제로 판매현장에서는 전혀 먹히지 않는 실정이다.》
○ 불법 보조금 지급 실태
본보가 입수한 한 SK텔레콤 판매점의 ‘휴일 추가정책(영업정책 1호 기준)’에 따르면 LG전자 SD370 모델의 출고가는 29만7000원이지만 번호이동 고객을 유치하면 29만6000원의 보조금이 나온다.
출고가에서 보조금을 뺀 1000원이 판매 원가이기 때문에 5만 원에 팔면 4만9000원이 판매점에 떨어진다. 하지만 가입자 유치를 위해 보통 보조금의 80∼90%만큼을 깎아준다는 것이 판매점의 설명이다.
다른 이동통신사의 고객을 빼앗아 오기 위해 재고가 많은 휴대전화를 거저 주겠다는 뜻이다.
KTF의 한 대리점은 모델에 상관없이 신규 및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일괄적으로 16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TF 고객을 대신 모집해 주는 KT는 집 밖에서 휴대전화, 집 안에서 일반전화로 사용할 수 있는 ‘원폰’ 판매에 적극적이다. LG전자의 KF-1000 모델(출고가 48만4000원)은 번호이동 고객에게 39만4000원, 신규가입자에게는 47만2000원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LG텔레콤은 경쟁사에 비해 자금력이 취약한 약점을 반영하듯 보조금이 12만∼14만 원 수준이었다.
○ 불법 보조금, 누구의 책임인가
SK텔레콤, KTF 등 이동통신사들은 “본사는 1인당 10만 원 이내의 보조금을 지급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지역의 일부 대리점이 추가로 판매점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책임을 대리점에 돌렸다.
통신업체는 일선 대리점에 가입자 유치 대가로 고객 통화수수료의 일부를 주는데 이것이 불법 보조금으로 활용된다는 것. 수수료는 SK텔레콤이 4년간 통화료의 6%, KTF는 5년간 7%, LG텔레콤은 5년간 4∼11%다.
그러나 대리점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본사에서 각종 명목을 붙여 보조금이 많이 나온다”면서 “통화수수료는 모두 대리점의 이익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2004년 SK텔레콤 가입자의 월평균사용료(ARPU)는 4만3542원. 따라서 대리점이 받는 통화수수료(6%)는 월 2612원, 1년간 3만1344원이다. 따라서 대리점이 4년간 받는 수수료를 모두 보조금으로 지급해도 13만 원밖에 안되는데 불법 보조금은 이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최근에는 소비자의 휴대전화 교체주기가 1년 미만이고 같은 매장에서 바꾼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통화수수료를 보조금으로 활용하면 대리점은 적자가 난다는 주장도 있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