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적립금이 1조 원 이상 늘어나는 고용보험기금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용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고용보험기금, 산재보험기금, 임금채권보장기금,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 근로자복지진흥기금 등 5개 기금에 대해 지난해 10월 한 달 간 감사를 벌여 부당 지급한 보험금과 징수를 하지 않은 보험료 800억여 원의 추징을 요구했다고 8일 밝혔다.
감사원은 또 보험료 징수업무 담당자 4명의 문책을 요구하고 부당하게 보험금을 탄 수급자 13명을 고발 조치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고용보험료를 징수하는 근로복지공단은 근로소득자료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아 5인 이상을 고용한 1만4353개 사업장에서 징수해야 할 고용보험료 792억 원을 누락했다.
또 구직급여를 지급하는 각 지방노동사무소는 근로복지공단의 징수 자료를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대상자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사업장 21만여 곳을 빠뜨렸다. 이에 따라 2003년 말 기준으로 근로복지공단에서 고용보험료를 징수하는 사람은 954만 명인 데 비해 지방노동사무소에서 관리하는 피보험자는 718만 명으로 통계가 200만 명 이상 차이 났다.
이로 인해 지방노동사무소 통계에서 누락된 실업자들이 구직급여를 신청할 때 입사와 퇴사에 관한 증거서류를 번거롭게 제출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반대로 보험료를 내지 않았으면서도 구직급여를 타 간 사례도 많았다. 감사원이 2002년에 폐업한 업체 713곳을 표본 조사한 결과 이들 업체가 근로복지공단에 낸 고용보험료는 2073명 분이었으나 이들 업체에서 일했다며 지방노동사무소에서 구직급여를 받아간 사람은 모두 3591명이었다.
감사원은 또 고용보험기금이 지출 수요나 적정 적립금 규모를 산출하지 않고 보험료율을 높게 잡아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지난해 사업지출액의 3.6배인 8조4485억 원에 이른다.
산재보험기금의 경우 산재근로자에 대한 요양비를 지급하면서 요양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은 것이 지적됐다.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은 새끼손가락을 잘 쓰지 못할 뿐 직업 활동에 지장이 없는 경미한 산업재해 장해자까지 고용장려금 지원 대상으로 정했다.
이런 식으로 고용촉진 대상 장애인을 늘림에 따라 재정수지는 2000년 이후 매년 수백억 원씩 적자를 기록해 기금 운용을 정부 재정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한편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누락된 보험료 792억 원을 추징했으며 국세청으로부터 보험료 징수 관련 자료를 받아 효율적인 고용보험기금 운용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