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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韓日 난기류 속의 바다 위 ‘밧줄 싸움’

입력 | 2005-06-03 03:17:00


한국어선 신풍호 나포를 둘러싼 한일 해양경찰 간의 해상 대치가 30여 시간 만인 어제 오후 풀렸다. 신풍호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서 불법 조업을 했는지를 한국 측이 조사해 법적 책임을 묻기로 하고, 일본 측 순시선이 철수했다. 더 심각한 충돌 위기를 넘긴 것은 일단 다행이다. 양국은 이번 사태가 한일관계에 또 하나의 악재(惡材)가 되지 않도록 사실관계부터 정확히 파악해 사후 처리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나 억측을 해소해야 한다.

일본 측 주장대로 신풍호가 불법조업을 했다면 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 자국(自國) 어선의 불법행위에는 눈감으면서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 어선의 서해(西海) 불법어로를 엄정히 단속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일본 보안요원들이 신풍호의 불법조업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과잉 대응해 선원에게 폭력까지 휘둘렀다면 이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번 사건이 한일관계에서 갖는 함의(含意)는 크다. 불법조업 시비가 드문 일이 아닌데도 소형 어선 한 척을 놓고 양국 경비정과 순시선이 밧줄을 걸고 장시간 대치한 것은 초유의 사태다. 이는 한일관계가 큰 틀에서 꼬이면 소소한 일상적 다툼까지도 턱없이 크게 쟁점화하거나, 쉽게 민족문제로 증폭되는 두 나라 관계의 특수성을 거듭 보여줬다. 최근의 급속한 관계 악화가 이 사건 전개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양국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양국 정부는 이런 점을 냉철한 눈으로 직시하고 이제라도 외교관계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 지금처럼 상대국을 자극하는 언행과 이에 대한 절제되지 않은 반응이 물고 물리면서 적대감만 깊게 하는 상황이 지속돼서는 어느 쪽에도 득이 안 된다.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간의 정상회담이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 두 지도자부터 마음속의 앙금을 털어내고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와 동북아 현안들의 해결을 위해 리더십을 발휘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