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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개성회담]결렬-재개 반복 ‘진통’

입력 | 2005-05-18 03:10:00


남북한은 17일 열린 차관급회담에서 18일 0시를 넘기면서까지 공동합의문 작성을 위해 막판 조율작업을 벌였으나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17일 회담은 협상 결렬과 재개를 거듭하며 하루 종일 진통을 겪었다. 짧게는 15분, 길게는 1시간 15분간 협상을 벌이다 중지하고 사이사이 양측이 회담 전략을 숙고하는 식이었다.

남측 대표단이 이날 오전 9시 40분경 개성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남측 대표단을 맞으러 나온 북측 대표단 김만길 단장은 “어젯밤 좋은 꿈 꾸셨느냐”는 남측 기자들의 질문에 “좋은 꿈 꿔야죠”라고 답하는 여유를 보였다.

그러나 오전 10시 40분 재개된 수석대표 접촉은 북한 핵문제와 남북 장관급회담의 개최 여부, 이산가족 회담 일정 등 모든 사안에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 16일 이미 합의한 남한 대표단의 ‘평양 6·15남북공동선언 기념행사 참가’ 건도 대표단 구성과 같은 실무 문제를 추후에 확정하기로 하는 데 그쳤다.

오전 11시 55분 수석대표 접촉이 끝나자 북측은 갑자기 당초 양측 대표단이 함께하기로 했던 오찬을 남북이 따로 하는 것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남북 대표단은 전날과 달리 서로 나뉜 채 굳은 표정으로 식사를 했다.

양측 대표단은 오찬을 끝낸 뒤 1시간 50분 동안 연락관 접촉 창구만을 열어놓은 채 각각 전략회의를 가졌다. 오후 3시 20분부터 수석대표 접촉을 재개했지만 30분 만에 결렬됐다. 남측 수석대표인 이봉조(李鳳朝) 통일부 차관은 “오늘(17일) 중으로 공동 합의문을 이끌어 내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회담이 난항을 거듭하자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의 남측 상황실에서는 대북정책과 대미정책, 안보정책의 책임자들의 긴급 협상전략 회의가 열렸다.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 오후 3시 35분경 상황실로 왔고 정동영 통일부 장관, 김숙(金塾) 외교통상부 북미국장도 뒤이어 왔다. 이들은 상황실에서 1시간 반 이상 협상 전략을 논의했다.

오후 5시 50분경 정 장관은 굳은 표정으로 상황실을 나서며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개성에서 오후 5시 50분부터 열린 남북 실무대표 접촉은 불과 15분 만에 합의점 없이 끝났다.

이후 18일 0시 현재까지 대표단은 별다른 접촉 없이 개성에서 협상 재개를 기다렸다. 남측 회담 관계자는 “남북 양측 간 거리가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지만 쉬운 협상은 원래 없다”며 “비관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개성=공동취재단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