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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정용관]與 후보교체 ‘코미디 정치’

입력 | 2005-04-17 18:21:00


“당에서 나오라고 해서 내려갔고, 그만두라고 해서 그만뒀다. 다시 나오라고 하니 어쩌겠느냐.”

4·30 재·보궐선거 후보등록 마지막 날인 16일 열린우리당 충남 아산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자로 긴급 투입된 임좌순(任左淳)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한 지인에게 이렇게 토로했다. 15, 16일 벌어진 이 지역의 열린우리당 후보 교체 소동은 우여곡절 끝에 공천장을 거머쥔 임 씨 스스로 허탈감을 느낄 만큼 소극(笑劇)이었다.

줄거리는 이렇다.열린우리당 측은 지난달 초 임 씨에게 출마를 권유했다. 임 씨는 이를 수락하고 전셋집을 얻어 아산에 내려갔다. 그러나 지역 인지도가 낮은 임 씨가 당의 자체 여론조사 결과 경쟁자인 이명수(李明洙) 전 충남도 행정부지사에게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과반 의석 회복에 목을 매고 있던 열린우리당은 “차라리 적을 포섭하자”며 임 씨를 제쳐놓고 이 씨에게 추파를 던졌다.

이 씨가 자민련 소속이며, 심대평(沈大平) 충남도지사 측 사람이라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였다. 이 씨도 ‘배신자’라는 자민련과 심 지사 측의 비난을 감수해 가며 여당의 부름에 화답했다.

그러나 한 달도 안 돼 상황은 반전됐다. 이 씨의 자민련 당적이 정리돼 있지 않아 원천적으로 후보 자격이 없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열린우리당 측은 부랴부랴 자민련에 “이 씨에 대한 제명확인서를 떼어 달라”고 부탁했으나, 그렇지 않아도 이 씨의 변절에 화를 삭이지 못하던 자민련이 이에 응할 리 만무했다. 열린우리당은 결국 임 씨를 다시 부를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불똥은 선거관리위원회에까지 튀었다. 한나라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선관위는 일단 후보등록을 받아주고 이중당적 여부는 사후 실사 과정에서 밝히면 그만이고, 실제로 관례가 그랬다. 이번에 굳이 이 씨의 문제를 제기한 것은 선관위 사무총장 출신인 임 씨를 챙기기 위한 것 아니냐”고 선관위와 임 씨를 겨냥했다.

원칙도 신의도 없는 정치현실을 보여 주는 정치 코미디의 뒷맛이 개운치 않다.

정용관 정치부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