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족들이 공개해 위작 시비가 일고 있는 이중섭 작 ‘물고기와 아이’(오른쪽)와 이 그림의 저본이라고 주장되는 그림(1977년 발간 이중섭 도록에 게재). 한국미술품감정위원회는 “어린아이의 엄지발가락이 저본 프린트에는 생명력 있게 표현되어 있으나 이번에 공개된 작품에는 평면적이어서 도록을 보고 베낀 위작임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한국미술품감정위원회
작고 화가 이중섭의 유족이 최근 공개한 그림 8점 중 일부가 위작 시비에 휩싸였다.
한국미술품감정위원회(위원장 송향선 가람화랑 대표)와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소장 엄중구 샘터화랑 대표)는 30일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공개된 그림 중 ‘물고기와 아이’(20×28cm)가 1977년 금성출판사에서 간행된 한국 현대미술대표작가 100인 선집(총 100권) 이중섭 편에 실린 그림을 베낀 것이라고 주장했다.
엄 소장은 “저본이 인쇄돼 실린 당시 그림과 이번에 공개된 작품을 육안으로만 비교해도 아이의 엄지발가락이 평면적이고 입체적이지 못하며, 선 구도 채색에서 이중섭 특유의 생생한 맛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유족들이 경매회사인 서울옥션 측에 판매를 의뢰한 5점 중 이 작품을 경매 전에 1억2000만 원에 구입한 개인소장자가 진품 여부를 의심해 서울옥션에 문제를 제기했고 다시 서울옥션이 우리에게 감정을 의뢰했다”고 덧붙였다.
유족이 공개한 8점 중 4점은 16일 서울옥션 경매에서 4200만∼3억1000만 원에 낙찰됐으며 2점은 서귀포미술관에 기증될 예정이다. 나머지 1점은 현재 보수 중이다.
엄 소장은 이중 경매에서 낙찰된 4점 중 3점도 위작으로 추정된다며 경매에 내놓지 말라고 만류했으나 서울옥션이 이를 듣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옥션 관계자는 “위작 시비가 있어 일본으로 가 유족을 만났으며 작품소장 경위 등을 상세히 들어 진품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경매에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감정위원회와 연구소는 4월 12일 유족들과 함께 진품 여부에 대한 공개세미나를 열 것을 이날 제안했다. 한편 유족 측은 30일 “특정 단체에서 일방적으로 진행한다고 하는 토론회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힐 것이며 유족이 직접 나서 해명할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