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중국이 유전 개발에 공을 들여 온 동중국해의 접경 해역에서 독자적으로 가스전 개발에 나선다는 방침을 굳혔다. 이와 함께 중국 해양조사선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일본 최남단의 돌섬에 첨단 레이더를 설치하기로 했다.
두 나라는 28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국장급 협의를 갖고 동중국해 가스전 분쟁 해결 방안을 논의하지만 자원 확보 문제에 자존심까지 걸려 있어 원만하게 처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일본 ‘동중국해의 절반은 우리 것’=양국이 유전 개발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는 곳은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釣魚 섬) 인근의 동중국해 해상. 중국이 일찌감치 춘샤오(春曉) 가스전에 광구를 설정하고 천연가스를 뽑아내기 직전 단계까지 가자 뒤늦게 일본이 공동개발과 매장량 정보 제공 등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다.
일본 정부는 28일 협의에서 중국 측에 유전 개발 중단과 데이터 공개를 요구한 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민간업체의 신청을 받아 시굴을 허가하기로 했다. 춘샤오 가스전은 양국 중간선에서 중국 쪽으로 4km 떨어진 곳에 있지만 광맥이 일본 측 바다 속까지 뻗어 있어 일본도 가스 소유권이 있다는 논리다.
동중국해는 폭이 400해리에 못 미쳐 자국 연안에서 200해리까지 설정할 수 있는 두 나라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겹쳐 있다. 일본 측은 동중국해의 중앙에 중간선을 그어 경계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중국은 대륙붕이 일본 오키나와(沖繩)의 서쪽 해구까지 이어진 점을 들어 오키나와 앞바다까지가 자국의 EEZ라고 맞서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중국 정부가 ‘일본 쪽 수역’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일본 업체가 시굴에 나서면 중국 해군이 출동하는 사태도 예상된다고 전했다.
▽양국 외교 공방 치열할 듯=일본 정부가 서태평양의 바위섬인 ‘오키노토리(沖ノ鳥)’ 섬에 6월 중 해상 관측용 레이더를 설치하기로 한 것도 중국 측을 자극하고 있다.
중국은 이곳이 ‘바위’에 불과해 섬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인근의 일본 측 EEZ에 수시로 해양탐사선을 보내고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EEZ를 지켜야 한다는 국익의 관점에서 레이더를 설치하는 것”이라고 말해 중국을 염두에 둔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양국의 에너지 확보전은 인도양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인도와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고 인도와 인도양 부근의 천연가스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맞서 인도를 방문한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간사장 대리는 22일 만모한 싱 인도 총리를 만나 안다만 제도 부근의 천연가스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유전 개발 등을 둘러싼 마찰이 계속되면 다음 달로 예정된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외상의 중국 방문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도쿄 외교가의 관측이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