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명의로 나온 대일 성명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인식과 판단이 상당히 반영됐다.
이번 성명은 14일 노 대통령과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정동영(鄭東泳) NSC 상임위원장 겸 통일부 장관,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 등이 참석한 전략회의에서 윤곽이 잡혔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성명에 나오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일본의 노력’이나 ‘독도 영유권 주장은 해방의 역사를 부인하는 행위’ 등 키워드의 방향을 직접 제시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이 회의를 전후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단순한 영유권에 관한 문제만이 아니라, 과거 침략의 역사와 해방의 역사를 모두 거꾸로 되돌리려는 것”이라는 취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 직후 이종석(李鍾奭) NSC 사무차장과 윤병세(尹炳世) NSC 정책조정실장을 중심으로 7명의 실무팀이 구성돼 성명 기초 작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17일을 성명 발표 D-데이로 잡고 3박 4일 동안 피를 말리는 밤샘 작업을 계속하면서 성명 초안을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10여 차례나 수정 작업이 이뤄졌고, 16일에는 외교부 간부들을 포함한 수십 명의 외교안보라인 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성명 초안 회람과 의견 수렴 작업이 이뤄지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16일 저녁 성명 초안을 보고받은 데 이어, 17일 오전 정 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성명의 중요한 대목은 문구 하나 하나의 구체적인 표현에 대해서까지 의견을 나누는 등 이번 성명의 탄생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고 한다.
다만, 노 대통령은 앞으로도 양국 정상 간의 대화에 나서야 하는 입장인 만큼 이번 갈등 사태의 전면에 직접 나서지는 않았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