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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인]열린우리 ‘머리 따로 몸 따로’

입력 | 2005-03-10 18:15:00


《“충격적이다.” 10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개최된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 예비경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한 현역 의원은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당의장 출신인 신기남(辛基南) 의원의 탈락 때문만은 아니었다. ‘개혁당 트리오’인 김원웅(金元雄) 유시민(柳時敏) 의원, 김두관(金斗官)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모두 예선을 통과했기 때문. 이 의원은 “의원총회라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용적 성향이 강한 상당수 현역 의원들은 이번 예선에서 개혁당 3인방 중 한 사람은 탈락하기를 바랐다. 이들은 그 견제카드로 중도파인 송영길(宋永吉) 의원을 밀기로 하고 예선 3일 전부터 ‘송영길 일병 구하기’ 작전을 펼쳤다. 하지만 전체 515명의 유권자 중 300명이 넘는 당 상무위원들이 3인방 모두를 본선으로 밀었다.

▽당 상하부의 온도차=열린우리당은 위아래의 정서가 다른 이중구조다. 국회의원들은 실용·중도 노선이 다수파다. 현 지도부도 그렇고 주요 당직자들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지난해 국가보안법 문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열린우리당이 올 들어 실용과 민생으로 선회한 것도 ‘말 없는 다수파’가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당 출신들의 모임인 ‘참여정치연구회’가 당내 소수파로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아래는 다르다. 각 후보자가 전당대회를 겨냥해 실시했던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입증한다. 상무위원과 대의원을 상대로 실시한 각기 다른 5차례의 여론조사 중 4번의 조사에서 ‘개혁당 트리오’가 5위 내에 포진했다. 한 후보 측 조사에서는 김두관 김원웅 유시민 후보가 나란히 2, 3, 4위를 차지했고, 순위만 바뀌었을 뿐 다른 3개의 조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당 게시판을 봐도 개혁성향이 강한 ‘아래 정서’가 피부에 와 닿는다. 당 게시판에는 실용적 이미지가 강한 후보들에 대한 비판과 개혁당 후보들에 대한 지지의 글로 넘쳐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당대회 결과에 대한 실용·중도파 의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선출직 상임중앙위원 5인 중 개혁당 출신이 2인 이상 당선될 경우 실용 대 개혁의 노선투쟁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추구하고 있는 실용 및 민생 노선도 상당 부분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구조적인 이중성=열린우리당은 지난해 총선 승리를 위해 외부인사를 영입하면서 ‘다국적군’으로 선거를 치렀다. 또 당시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미국식 원내정당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도입했다. 당 의장과 원내대표를 분리하면서 무게 중심이 원내로 이동했고, 의원총회가 최고의결기구가 됐다.

그러나 지난해 유시민 의원이 주축이 돼 독일식 대중정당을 모델로 한 기간당원제를 도입하고, 이들이 각종 당직 및 공직후보 선출권한을 갖게 되면서 당원의 위상은 몰라보게 높아졌다. 당의 또 다른 최고의결기관인 ‘전당대회’가 의원 중심이 아닌 당원 중심으로 바뀐 것이다.

이 때문에 의원총회와 전당대회라는 두 최고의결기구 간에 ‘온도차’가 빚어질 수밖에 없는 기형적 이중구조가 정착됐다. 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머리와 발이 각기 다른 뇌구조를 가지고 있는 형국”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지난해 기간당원제 도입 여부를 놓고 당원들이 당사에서 농성을 벌인 경우나 ‘박창달(朴昌達)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을 때 열혈 당원들이 반대표를 던진 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색출작업을 벌인 것도 ‘상하의 충돌’로 볼 수 있다. 이중구조는 견제와 분권, 대중참여라는 긍정적 요소와 함께 당 분열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는 셈이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