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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北비난에 “어이없다”격앙

입력 | 2005-02-10 23:35:00


북한 외무성의 핵무기 보유 공식 선언과 6자회담 무기한 중단 선언에 대해 일본 정부는 10일 ‘더 이상 놀랄 일은 없다’는 비교적 차분한 반응 속에 사태 추이를 관망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과 언론들은 원폭 피해 경험을 떠올리면서 충격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본 방송들은 이날 오후 6시경부터 주요 뉴스로 북측 발표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대북 강경파들은 북측의 이번 선언을 계기로 납북 일본인 문제와 북-일 수교협상 등 현안에 당분간 진전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대북 송금 정지 등 강력한 경제제재 조치 발동을 거세게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북한 외무성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면서도 핵무기 보유 선언에 대해서는 “의도야 어떻든 조속히 협상의 장에 나오는 것이 좋으며 6자회담에서 그런 이야기도 해야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관방장관은 “우선 의도를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식의 발표 후 저쪽(북한)이 진짜 의도를 내보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핵무기 보유 선언에 대해서는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며 “(북한이) 핵개발을 착착 진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태가 어떤지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날 성명에서 2002년 북-일 양국의 평양선언을 백지화한 책임을 일본의 ‘가짜 유골 날조극’ 때문이라고 강력히 비난한 데 대해서는 대부분의 일본인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납북 피해자 가족과 대북 강경파 정치인들은 “이제 경제제재 조치밖에 없다”는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일본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선언을 한 배경으로 한층 심각해져 파탄 직전인 북한 경제 상황을 들었다.

현재처럼 6자회담 교착 상태가 이어지면 머지않아 경제가 파탄에 이를 것이란 초조감 때문에 미국과의 양자 대화를 극적으로 진전시킬 계기를 만들어내려는 계산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즉, 미국과 일본을 저울질하며 외교정책을 추진하다가 가짜 유골 사건으로 일본과의 대화 창구가 막히자 의도적으로 미국을 상대로 도발을 해본 것이란 분석이다.

일본 정부는 이날 중국 베이징(北京)의 일본대사관을 경유해 주중 북한대사관에 일본의 유골 감정에 관한 과학적인 자료를 전달하는 한편 납북 피해자의 사망 경위 등에 대한 성의 있는 답변을 거듭 촉구했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