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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START]학교를 희망의 배움터로

입력 | 2005-01-06 18:02:00


교육에 대한 불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위정자들은 교육을 바로잡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난맥상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교단은 이념에 따라 편이 갈려 있으며 학생들은 학교를 믿지 못하고 학원을 쫓아다니기 바쁘다. 교육과정이 새롭게 바뀌었다고 하지만 경쟁력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지 의문이다.

그러면서도 학부모들은 자식을 맡긴 ‘죄’ 때문에 학교 눈치를 보며 불만을 속으로 삭일 뿐이다. 우리 교육에 활력을 불어 넣고 사랑과 존경이 넘치는 학교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교단 화합 절실=서울 모 고교 L 교사(41)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조 두 곳에 모두 가입했다가 지난해 초 둘 다 탈퇴했다. 그는 “‘네 편’ ‘내 편’ 가르기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양쪽에 모두 가입했었다”며 “그런데 동료들의 시선이 곱지 않아 아예 다 탈퇴했다”고 말했다.

교단 갈등은 양 단체 간의 회원 확보 경쟁 탓도 있지만 근저에는 교육이념의 차이로 인한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2003년 4월 충남 보성초등학교 교장 자살 사건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등을 두고 양측은 서로를 비난하며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그러나 최근 전교조 지도부가 바뀌면서 교원노조 운동에도 변화가 기대되고 있다. 전교조 이수일(李銖日) 위원장은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구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이기준(李基俊) 교육부총리 임명 논란을 두고도 종전 같으면 당장 퇴진 촉구와 강경 투쟁 운운하는 성명서를 냈을 법하지만 비판 수위나 표현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교육인적자원부 이재민(李宰敏) 교직단체지원 과장은 “조합원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으면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며 “소모적인 투쟁보다 교육 본질적인 문제에 정성을 쏟고 교단이 화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육과정 적정한가=교육당국은 학부모들의 사교육 의존을 지나친 교육열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사실은 학교가 제대로 가르쳐주지 못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002년 초 예체능 과목 평가방법을 일정 수준에 도달했는가를 평가하는 ‘Pass/Fail’로 바꾸려 했으나 해당 교과 교사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겉으로는 전인교육을 위해 필요하다는 설명이었지만 평가방식을 바꿀 경우 학생들로부터 예체능 과목이 홀대받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교1학년까지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10개 과목을 배운다. 미국에 비하면 3, 4과목이 많다.

현재 교육과정이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적절한가 하는 교과목 수와 난이도 적정성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평가와 선발 위주 성격이 심해져 20∼30%의 학생만 이해하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참교육연구소 김영삼(金永三) 교육과정연구실장은 “7차 교육과정 수업의 절반 이상이 국영수 중심이고 초중고교에서 반복해 배우는 과목에 대한 정비도 필요하다”며 “꼭 배울 것을 배우고 있는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과목을 줄이려고 해도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교수들의 학문 이기주의 때문에 성과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고려대 홍후조(洪厚祚·교육학) 교수가 초중고교 교원 등 3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공통 10과목을 7개로 줄이자는 안에 대해 74.9%가 찬성했지만 자기 과목은 안 된다는 의견이 50%를 넘었다.

▽교원 평가 도입 필요=우리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무풍지대’인 교단에도 교원평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한국교육행정학회 등에 의뢰해 교원평가제 도입 방안을 마련해 3월부터 1년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교원의 수업능력을 높이기 위해 교원평가제를 도입하고 평가과정에 관리자, 동료 교사, 학부모, 학생 등을 참여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평가 결과를 인사나 보수 자료로 활용하지 않고 학부모나 학생의 만족도 조사 결과도 참고자료로만 쓸 것으로 보인다.

윤지희(尹智熙) 교육과시민사회 공동대표는 “교원평가는 부적격 내지 지도력 부족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고통을 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즉각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부모가 나서야=교육기본법 13조에는 학부모들의 ‘학교 참여’ 권리를 밝히고 있지만 학부모들은 좀처럼 학교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학부모의 정당한 목소리를 학교 운영에 반영하기 위해 ‘바른 교육권 실천행동’을 2월 중 발족할 예정이다.

명지전문대 남승희(南承希·교육학) 교수는 “단체 중심의 운동이 아니라 학부모 개개인의 권리를 찾기 위한 운동에 초점을 둘 것”이라며 “교육성취도를 비롯한 학교정보, 학교선택권 확대를 위해 학부모의 권리를 연구하고 입법 활동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교원대 정기오(鄭冀五·교육학) 교수는 지난해 11월 한 공청회에서 “학부모들은 교사의 직무수행, 성격, 건강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며 “교사평가제는 인사행정 측면이 아니라 학부모의 ‘알권리’ 차원에서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선진국의 교원평가제▼

주요 선진국들은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교원평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다각도의 평가를 통해 전문성을 신장하고 책무성을 향상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당연히 인사나 연봉 등과 연계하고 있다.

미국은 주(州)별로 교원평가 규정을 제정하고, 교육부마다 자체 교원평가규정과 지침을 운영하고 있어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워싱턴 주에서는 교사 교감 교장을 포함한 모든 교원이 평가를 받는다. 교장은 자기평가서를 작성하고 장학관이 평가한다. 학교장 승진 후 첫 해에 실시해 적격 여부를 판단하고, 이후 4년마다 평가한다.

교사들은 자기 평가서, 평가자에 의한 교실관찰 등을 통해 교사 임용 후 최초 3년간은 매년 실시하고, 이후에는 3년마다 실시한다.

평가 결과는 자격갱신이나 재임용 결정, 성과급, 보수인사 결정을 위한 자료로 활용한다. 보수교육 대상 판정을 받으면 지도교사(mentor)를 붙여주기도 한다. 지도교사가 반드시 교직 연한이 많은 선배는 아니다. ‘당신은 위험하다’는 일종의 경고로 활용해 교사의 분발을 촉구한다는 의미이다.

이외에 교육당국은 매년 학교별 학업성취도 평가를 통해 학교평가를 실시하기 때문에 그 결과 자체가 또 다른 평가의 효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미국도 낮은 보수 등으로 교직 입문 5년 안에 50% 이상이 교단을 떠나고 무자격 교사가 이를 채우는 만성적인 교원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일본은 능력과 업적에 상응한 적정한 인사고과, 자질능력 향상 및 학교조직의 활성화를 위해 교원평가제를 새로 개편했다. 2000년 도쿄(東京)도 교육위원회가 도입한 이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교사의 업적평가 방식은 두 가지. 절대평가는 교원으로서의 전문성을 교감 교장이 주임교사 의견을 참고해 1, 2차로 평가하며 결과는 교원의 지도육성방안에 활용한다. 상대평가는 교육위원회 교육장이 실시하고 그 결과는 승진에 반영된다. 평가 결과는 승급, 승진, 인사이동, 보수, 연수, 부적격 교원 판단자료 등으로도 활용한다.

독일은 수업전문성 신장, 승진 및 급여기준 마련을 위해 교원평가제를 한다. 수업과 교육을 가장 중시한다. 평가자는 사전 통보 없이 수시로 수업을 참관하며, 학생과제물 등 문서 검토, 평가자 의견을 참고해 평가한다. 3주 내에 이의신청 절차가 있고 4년마다 평가한다.

호주에서는 교사가 3등급 중 최하위인 ‘개선요망’ 판정을 받으면 개선프로그램을 이수하거나 전근, 심한 경우 교육청 업무보조로 파견되는 등 철저한 보상과 징계를 통해 책무성을 높이고 있다.

영국은 교장이 책임지고 교사를 평가하고 외부 전문가나 학교운영위원회가 간여하는 경우도 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도움말 준 전문가▼

▽교육분야(가나다순)

강태중(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김성일(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남승희(명지전문대 교수)

박부권(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박하식(한국외국어대부속외고 교감)

서광(보스턴 서운사 주지)

송인수(좋은교사운동 상임총무)

윤종건(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이경자(인간교육실현을 위한 학부모연대 사무국장)

이순형(서울대 아동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