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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시험' 학부모의 읍소

입력 | 2004-12-03 17:00:00


"모든 게 과욕을 부린 제 책임입니다. 제가 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대리시험을 부탁한 박모 씨의 어머니 송모 씨는 경찰조사에서 흐느끼며 아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한 자신을 한탄했다.

경찰에 따르면 송 씨는 아들을 인기 대학에 보내기 위해 부산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박 씨를 서울 강남의 모 고교에 보내 하숙생활을 하도록 했다.

박 씨는 지난해 1월 서울 모 대학에 합격했지만 원하던 학교와 학과가 아니어서 적응되지 않자 같은 해 6월경 자퇴한 뒤 부산으로 돌아왔다.

다시 공부를 시작한 박 씨는 제대로 성적이 오르지 않자 대리시험을 생각해냈고 어머니와 상의해 대리시험을 쳐줄 대상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불호령이 내려질까봐 무역업을 하는 아버지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모자는 올 2월 유명 인터넷 과외소개 사이트에서 부산 모 대학 의대에 재학 중인 김 씨를 발견하고 "과외를 받겠다"며 집으로 불렀다.

모자는 김 씨에 대리응시를 애원했고 몇 차례 거절하던 김 씨는 "절대 적발되지 않게 할 수 있다"는 모자의 말을 믿고 대리응시를 결심했다.

김 씨는 점수에 따라 500만~1000만원을 받기로 했으며 용돈으로 30만원을 받았다.

어머니는 응시원서에 김 씨의 사진을 붙여 9월 1일 부산 서부교육청에 응시원서를 대리접수했고, 아들은 자신의 주민등록증에 김 씨의 사진을 얇게 오려 붙인 뒤 비닐코팅지를 다리미로 붙이는 위조작업을 담당했다.

김 씨는 위조된 주민등록증을 들고 고사장에 들어가 아무런 의심도 받지 않고 시험을 마쳤으나 입시부정 사건이 잇따라 터져나오자 박씨에게 "정말 안심해도 되느냐"며 여러 차례 문자를 보내는 등 불안한 시간을 보냈다.

응시원서와 주민등록증 사진이 다른 것을 이상하게 여긴 경찰이 집에 들이닥쳐 대리응시 여부를 추궁하자 한두 번 부인하다 이내 고개를 떨어뜨렸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