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충남 부여의 한국인삼공사 제조공장을 다녀왔다.
이곳에서는 전국 재배지에서 올라온 인삼들을 외모로 1∼5등급으로 일단 분류하고, 8단계의 과정을 통해 상품화하고 있었다.
홍삼은 인삼을 찌고 말리는 과정을 통해 수분을 14%까지 낮춰 보존기간을 최대 20년까지 높인 과학적인 제품이다. 이 과정에서 항암물질 등 인체에 유효한 성분이 대거 생긴다고 하니 그저 경이로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홍삼의 등급화 과정. 홍삼은 천삼, 지삼, 양삼으로 분류된다. 삼을 잘랐을 때 조직 내부가 이물질이 끼지 않고 빈 곳이 없으며 향이 은은하고 아름다운 삼이 천삼이다. 이보다 약간 못하면 지삼, 그 아래가 양삼이다.
이를 가리는 것은 모두 사람이다. 한국인삼공사에는 20여명의 감별 전문가가 있다.
매일 8시간씩 교대로 일하기는 하지만 암실에서 조그만 삼을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작업은 아무래도 쉽지 않다. 인삼공사는 이들을 ‘기술자’로 특별 우대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작업자들은 눈이 피로하고 점차 시력이 나빠지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인삼공사 안에서도 감별작업을 기계화하자는 논란이 있는 모양이다. “조직도나 외모에 일정 값을 주면 기계로도 충분하다”는 주장과 “아무리 그래도 전문가가 가리는 것만 못하다”는 주장이 팽팽하다고 한다.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겠지만 아무래도 ‘사람 손’을 우선으로 치는 분위기다.
인삼은 고려인삼이 세계 최고라고 정평이 나있다. 인삼 수출시장은 연간 2억달러(2200억원 가량)로 이 가운데 25.6%(금액 기준)를 한국이 차지하고 있다. 세계 거래 물량에서 중국의 8분의 1밖에 되지 않는데도 한국산이 최고로 우대받고 수출실적이 좋은 이유는 바로 이런 ‘조상대대로 내려온 노하우’를 가꾸고 키워가는 데 있지 않을까.
참살이(웰빙) 바람이 불면서 식품업계에도 기계화보다는 ‘손맛’을 앞세우는 경향이 생겼다. 포장김치 제조업체들은 ‘자동화’ 기술을 자랑하기보다는 ‘일일이 사람 손이 갔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식품분야에서 한국은 대량생산으로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는 쉽지 않다. 이럴 때는 계량화를 통한 산업화도 좋지만 ‘손맛’의 노하우를 가꿔가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