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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선택 2004]“국정경험 중요” vs “이력서가 다냐”

입력 | 2004-10-06 18:24:00

5일(현지시간) TV토론을 벌이고 있는 미국 공화당의 딕 체니 부통령(왼쪽)과 민주당 부통령 후보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웨스턴 리저브 대학에서 90분간 진행된 이날 토론에서 두 후보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공방전을 벌였다.-클리블랜드=AP 연합


《노회한 현직 부통령과 변호사 출신 젊은 상원의원의 맞대결은 승부를 가리기 어려운 접전의 연속이었다. 5일 밤 PBS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그웬 아이필의 사회로 진행된 미국 공화당의 딕 체니 부통령과 민주당 부통령후보인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의 TV토론은 이라크전쟁에서 동성결혼까지 다양한 국내외 이슈들에 관한 공방으로 90분 동안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토론 결과에 대한 분석은 언론사별로 달랐다.》

▽토론 쟁점=두 후보 모두 9·11테러를 일으킨 알 카에다의 거점이 있는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대한 정당성은 인정했다.

다만 에드워즈 후보는 이라크전쟁과 관련해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서 벌어진 잘못된 전쟁’이라고 규정했고, 작전이 실패했다고 공격했다.

체니 부통령은 “사담 후세인은 자살폭탄 공격을 한 테러리스트 유족들에게 2만5000달러씩 지원하는 등 테러조직과 연계됐다”면서 “다시 정책 건의를 하더라도 전쟁은 옳았다”고 맞섰다.

에드워즈 후보는 체니 부통령이 군수업체인 핼리버튼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점을 들어 핼리버튼이 이란과 거래하기 위해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를 건의하고 이라크에서 75억달러 규모의 수의계약을 따냈다는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체니 부통령은 에드워즈 후보의 경험부족 문제를 직접 거론하는 대신 “에드워즈 후보가 상원 법사위 회의 36회 가운데 33회나 불참했다”면서 “에드워즈 후보의 고향 신문은 그를 ‘사라진 상원의원’이라고 보도했다”고 꼬집었다.

두 후보는 세금문제에선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체니 부통령은 “개인의 돈은 개인이 써야 한다. 국가가 세금을 거둬가며 개인생활에 개입해선 안 된다”고 ‘작은 정부론’을 폈다.

에드워즈 후보는 “연수입 20만달러 이하 중산층의 세금은 줄이겠다”면서도 그러나 “백만장자의 세금을 깎아주는 공화당 정책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토론 이모저모=에드워즈 후보는 소송 전문 변호사 출신답게 체니 부통령과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실책을 추궁했으며 체니 부통령은 시종 무표정한 얼굴로 부시 대통령을 옹호했다.

두 사람 모두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후보의 대리인 역할에 충실했다. 이 때문에 체니 부통령은 “대통령과 나는”을, 에드워즈 후보는 “존 케리와 나는”을 주어로 사용해 말하는 경우가 많았고 대통령 후보들이 토론에서 사용한 표현들이 자주 등장했다.

체니 부통령은 자신의 하원의원 시절 보수적 표결에 대한 에드워즈 후보의 공격을 반박하지 않고 넘어가는 등 여러 차례 반박과 재반박 기회를 포기하고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는 전술을 구사했다.

이에 비해 에드워즈 후보는 반박과 재반박 기회를 모두 사용하며 적극 대응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자신의 경험 부족에 대해서도 “이력서가 길다는 것이 훌륭한 판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토론 평가=CBS 방송이 토론이 끝난 뒤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유권자 178명을 인터뷰한 결과 41%는 에드워즈 후보, 28%는 체니 부통령이 이겼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ABC 방송이 토론을 시청한 등록유권자 5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는 체니 부통령이 43 대 35로 에드워즈 후보를 이겼다는 반응이 나왔다.

정치 평론가들은 두 사람 모두 치명적인 실수가 없었으며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